과거 회귀형 한국판 뉴딜
정광용(선진코리아국민연합 사무총장)
‘4대강 살리기’라는 초대형 토목공사가 한국형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될 모양이다. 이를 두고 대운하 1단계 사업이라는 의혹이 나오지만 정작 대통령의 입에서 ‘운하는 절대 안 한다.’는 언급은 아직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이 ‘대운하 사업’이든, ‘4대강 살리기’든 중요한 논의가 빠진 느낌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뉴딜 정책을 편다는 데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우선 14조원이라는 엄청난 나랏돈을 퍼부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냐 아니냐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절차가 빠져 있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오바마 식의 미국판 뉴딜은 의료, 교육 등, 복지관련 사업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미래의 미국에 꼭 필요한 고속도로와 인터넷 광역망 확충(정보고속도로) 등 미국의 미래에 투자하는 사업이 대부분이다.
중국판 뉴딜은 어떤가. 중국은 급격한 경제발전에 비해 각종 인프라와 SOC는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이 기회에 중국의 향후 도약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중국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며 지금의 투자는 경기회복 때 그 저력을 발휘할 것이다.
‘4대강 살리기’는 어떤가. 이런 거액을 쏟아부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인가. 4대강 정비에 과연 그런 거액이 소요되어야 하는가. 투자 대비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물 관리가 목적이라면 유입수의 수질관리 문제고, 오염된 퇴적층이 문제라면 준설사업이면 족하다. 이 경우, 아무리 많이 잡아도 2~3조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환경문제라면 서울 서초구의 양재천을 보라. 일개 지자체인 서초구에서 개발, 관리했지만 수질, 환경, 자전거 도로, 산책로 등 선진국 수준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일에 중앙정부가 감 놔라, 떡 놔라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투자대비 효과는 최악이다. 비용 대비 편익을 의미하는 B/C (benefit/cost) 지수가 ‘1’ 이하인 사업의 경우 예산 배정이 엄격하게 제한되지만, 여야 예결위원이 정부 예산안을 심사한 자료를 보면 B/C=0.3에 불과하다.
지방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것도 의문이다. 이런 대형공사가 건설 대기업의 몫으로 돌아 갈 것이냐, 지방의 중소기업에 갈 것이냐는 누가 봐도 알만한 일이다. 진짜 지방 경제와 4대강 살리기를 하고 싶다면 지방정부에 지침을 내리고 예산을 지원하면 그만이다.
일자리 창출로 가면 더욱 허무해진다. 1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 요즘이 인력으로 삽질하여 건설하는 시대인가. 그리고 일자리의 대부분은 속칭 ‘노가다’인데, 지금과 같은 초고학력 시대에서 정부 주도 막 일 산업으로 과연 얼마나 많은 인력이 몰릴 것인가.
우리는 IMF를 전후하여 거의 완벽한 정보고속도로를 구현하였다. 물론 총투자액도 만만치 않았지만 대부분 민간 투자였고 그 과일은 지금도 따 먹고 있다. 우리가 IT 강국이 된 것도 이러한 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 이런 종류의 투자라면 19만을 초과하는 엄청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고 미래경제에서도 한 몫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올해 초고유가 시대를 경험했다. 기름 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화석연료는 한정된 자원이니 언제 바닥이 날지 모른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의 경우, 외국에서 수입한 전기자동차도 번호판조차 달 수 없고, 중소기업이 개발한 전기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엔진이 없기 때문에 자동차로 형식승인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미래 산업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비 지원 등, 미래의 비전을 위하여 투자해야 할 곳은 널려있다. 14조원이면 수십년을 먹고 살 수 있는 미래의 비전을 살릴 수 있음에도 토목공사에 매달려 얻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이것은 과거회귀형 뉴딜이고,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올드딜(Old Dea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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