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이후 첫 5거래일 연속 매수우위
외환시장 안정 지속 땐 추가 매수확대 기대
외국인 투자자가 1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코스피시장에서 닷새 연속 순매수하면서 이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바이코리아'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6일 코스피는 외국인이 3700억원 넘게 순매수한 데 힘입어 전날보다 20.71포인트(1.76%) 오른 1194.28을 기록하며 나흘 연속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매수를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환율안정을 들면서 상당 기간 이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일각에선 외국인이 미국 리먼사태로 과도해진 디레버리지(차입축소)를 일부 조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큰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외국인 5일새 1조원 순매수=이날까지 외국인은 5거래일에 걸쳐 1조원 넘는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9일 452억원과 30일 1935억원, 이달 2일 650억원, 5일 3338억원, 이날 3731억원을 합쳐 모두 1조106억원을 누적 순매수했다.
코스피는 외국인이 공격적인 순매수 행진을 이어간 데 힘입어 지난해 10월21일 이후 두 달여 만에 1190선 위로 올라섰다.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5거래일 이상 순매수를 지속한 것은 2007년 4월 13일부터 24일까지 8거래일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기간 동안 6번에 걸쳐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5거래일 이상 지속된 적은 없다.
지난해에는 월별 기준으로 순매수를 기록한 때가 5월(9219억원 순매수)과 12월(2765억원) 단 두 달에 불과했다.
◆환율안정 외국인 매수 확대=외환시장 불안이 외국인 매도를 부추겨왔던 만큼 원화가치 제고가 지속된다면 이들이 매수 규모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주가 강세 영향으로 전날보다 1원 내린 1312.50원을 기록했다.
한때 1500원대로 치솟았던 원ㆍ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지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도 그만큼 커졌다.
변준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주식 매매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게 됐다"며 "외환시장 안정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입장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유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월 효과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이 해마다 연초에 매수를 늘려왔다는 분석도 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국내 증시에 들어오기 시작한 1992년 이후 1월에 매도우위가 나타난 적은 199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불과했다"며 "외국인이 1월에 순매수를 기록할 확률은 88%에 달한다"고 전했다.
◆본격매수 기대는 시기상조=단기적인 외국인 매수세를 본격적인 매수 전환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34조원을 매도했던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순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증시를 추세적인 상승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하긴 무리라는 것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서는 것은 리먼사태 이후 디레버리지로 인해 과도하게 비중축소가 진행됐던 부분을 일부 정상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추세 전환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일시적인 매수세를 가지고 외국인이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을 낙관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할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들이 매매하는 종목은 눈여겨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5월에도 외국인이 반짝 순매수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가 급등했다"며 "이번 역시 외국인 매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철강금속, 전기전자, 전기가스, 의약품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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