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인 인터파크가 최근 주민등록번호 대신 쓰는 아이핀(i-PIN: Internet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을 도입한다고 밝힌데 이어 G마켓, 옥션, 11번가 등도 줄이어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소비자 보호에 대한 책임회피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어 갈 길이 먼 상태다.
아이핀은 웹사이트에 주민등록번호 대신 이용할 수 있는 개인 식별번호로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만든 서비스다.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은 메인 홈페이지 하단에 하나같이 “등록된 판매물품과 물품의 내용은 개별 판매자가 등록한 것으로, 중계시스템만을 제공하며 그 등록 내용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고 명시했다.
여전히 소비자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책임소재가 따른다면 열린 마켓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날뿐더러 인터넷 쇼핑몰 형태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
이에 대해 G마켓을 이용하는 소비자 김 모씨는(26) “이 얘기는 위험을 감소하고라도 쇼핑을 하려면 해라라는 뜻이냐”며 “G마켓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만큼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자들이 이용하는 게시판은 운영자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으며 신원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판매자 자격 기준이 없어 사전에 걸러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피해를 본 사람이 신고를 해야만 아이디 삭제와 등록금지 조치 정도가 취해진다. 하지만 판매자가 명의를 빌려 새 아이디를 등록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 돈만 받아 챙기는 일명 ‘먹튀업자’들이 끊이질 않는다.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오픈마켓은 명품 ‘짝퉁’, 유사 브랜드 도용 판매 등으로 각종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운영자가 상표권 침해행위 주체가 아닐뿐더러 실제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는다”며 “제품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고 미리 알렸기 때문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해 오픈마켓의 편을 들어준 바 있다.
유사 브랜드 상품 판매로 피해를 본 K2코리아 측은 “소비자들이 이미 제품을 구매한 이후에 판매자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는 한 소비자의 피해는 계속 될 수 밖에 없다”며 “현재의 오픈마켓 시스템은 계속해서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G마켓 등은 현재 권리침해신고센터, 짝퉁 판매를 근절시키기 위한 안전거래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올해 오픈마켓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30% 가량 증가한 10조4000억원이 예상된다. 10조2000억원의 인터넷쇼핑몰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 몰의 매출이 백화점보다 높게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불경기로 인해 온라인몰 이용객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에 대한 대책 마련도 개인정보 유출 대비만큼이나 절실한 시점이다.
ㅁ아이핀(Internet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 i-PIN)
인터넷 상에서 주민등록번호 사용에 따른 부작용(각종 범죄에 악용)을 해결하기 위한 사이버 신원 확인번호로, 일종의 인터넷 가상 주민등록번호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개인 식별 번호로는 G-PIN이 있다.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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