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업계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뭐가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개인정보 유출 여파로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TM(텔레마케팅)영업을 중단했고,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다시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전과 같이 시장은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8일 본지 취재 결과, 개인정보 유출 여파로 사라졌던 불법 TM(텔레마케팅)영업이 여전하고, 수십만원에 이르는 현금마케팅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속인터넷 업계는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로 마케팅 수단을 다양화하며 가입자 모집 경로에 대한 개선작업을 벌였지만 최근 가입자 유치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또다시 불법·편법 행위가 판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유출된 개인정보나 해지 가입자 정보 등을 이용해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세지를 보내 전환 가입을 유도하는 등 불법 TM영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 일부 대리점에서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는 물론 계약사업자, 약정기간 등의 구체적인 정보까지 확보해 해당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어 위약금 대납 및 사은품을 내세우며 전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초고속인터넷 업계에서는 개인정보와 가입정보를 이용해 전환 가입을 유도하는 불법 TM영업이 일시적으로 사라졌었지만 최근 다시 부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인 박모(46)씨는 "LG파워콤에 3년 약정으로 가입돼 있는데 최근 SK브로드밴드 대리점이라며 전화가 와서 약정기간이 몇개월 남았으니 위약금까지 대신 내주겠다며 전환 가입을 유도했다"며 "또 다른 대리점에서는 수시로 문자를 보내 회사 업무에 방해까지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이 적극적인 가입자 확보에 나서면서 후발사업자들이 시장을 리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 지난해 영업정지 이전 수준인 350만명 수준을 회복했으며, LG파워콤은 월 6만명이 순증해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가운데 순증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KT는 비리 혐의로 대표이사가 구속, 사퇴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못해 오히려 가입자가 감소하고 있다.
시장이 가열되면서 불법 TM영업과 현금마케팅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현금마케팅이란 가입 사은품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사업자들이 대리점에 수수료를 주고 대리점은 수수료 중 일부를 현금사은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그동안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할 경우 사은품으로 지급하던 현금은 10~2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결합상품 가입이나 약정기간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현금사은품이 3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과거 일부 인터넷 영업점에서 제공하던 현금사은품이 이제는 초고속인터넷 업계의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현금마케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대리점 수수료를 올리는 수법으로 현금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MP3, 모니터, 자전거 등 10만원 미만의 가입 사은품을 제공했었지만 이제는 현금사은품이 없으면 소비자들이 가입을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 사업자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대리점에 수수료를 올려주고 이에 따라 가입자들에게 지급되는 현금사은품이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해 시장이 과열·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로 잠시 철퇴를 맞았던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불법·편법 영업행위가 다시 부활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요구되고 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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