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석유회사 M&A 무산위기
한국석유공사가 올 들어 페루의 한 민간 석유개발회사 인수를 검토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올 2012년 까지 총 19조원을 조성해 석유공사를 세계 60위권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정부 계획의 일환으로 인수가 추진됐으나 경제침체 여파에 의해 좌절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는 물론 뒤늦게 자구책 마련에 뛰어든 석유공사는 경기변동 리스크를 예측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페루 석유회사, ‘그림의 떡’(?)
정부는 지난해 6월 정부재정 4조1000억원 외에 석유공사 자체자금 및 외부차입 등 15조원을 마련(총 19조원 규모)해 해외 생산광구 매입 및 석유개발기업 인수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직후 “해외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석유공사의 몸집을 5배로 키워야 한다”는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이른바 ‘석유공사 키우기’의 신호탄인 셈이다.
하지만 페루 석유개발회사의 M&A(시장추정 인수금액 10억 달러)를 검토하던 석유공사가 최근 사업진행을 돌연 철회한 것으로 시장에 전해지면서 ‘실탄’ 마련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전병혁 석유공사 홍보팀 과장은 “M&A추진과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고 특별히 할 말도 없다”면서 “코멘트를 할 적절한 시기도 아닌 것 같다”고 언급을 피했다.
그는 다만 “페루 석유회사의 M&A를 검토한 것은 맞다”면서 “19조원 재원마련과 관련해 당시 정부 발표는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다 현재는 시장상황이 바뀌었고, 또 석유공사의 자금조달 계획발표는 정부 발표 이후 없었다”고 설명했다.
바뀐 경제상황에 맞춰 전반적인 자금계획의 틀이 변경돼야 함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읽힌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들어 세계경기가 급속히 위축된 탓에 자금경색이 심화, 석유공사의 자금조달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세율 인하 정책에 따른 정부재정상황 악화 및 석유공사의 자금마련 성과미비 등 ‘이중고’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석유공사 입장에서는 정부출자 금액의 4배가량(15조원)을 올 2012년 까지 순차적으로 마련해야하는 현실도 부담이다.
◆ 국제채 발행 등 자금 확보 방안 실효성 ‘의문’
자금조달을 원활키 한다는 취지로 석유공사 측은 국제채 발행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해외 석유기업 M&A및 유망 원유생산광구 확보를 위해서는 원화가 아닌 달러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전 과장은 “여러 가지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외화조달을 위해 국제채 발행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칠석 홍보팀장은 “석유공사가 대형 광구를 획득하면 자금이 동원되는 것이니 당장 국제채가 발행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자금동원 방법을 다각도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기지표가 이렇다 할 반등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자금경색국면도 탈출구의 끝이 보이지 않아 석유공사 행보의 가시밭길이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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