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성과목표 조차 수립못한 경제상황실
전시행정의 전형이라는 대외적 비판 ‘직면’
전문가, 스스로 적극적 역할제고 나서야 ‘주문’
야심차게 출범한 한국판 워룸인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이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상황실이 경제위기에 맞서 실시간 신속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동시에 실용성마저 도마에 올랐다.
◆‘전시행정’ 논란 휩싸인 한국판 워룸
우선 경제상황실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도무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일 “상황실의 주 업무는 경제상황 모니터링, 각 부처별 보고서 분석, 비상경제대책회의 준비 등 기존의 경제수석실 등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회의 준비하려고 지하로 들어간 것이냐’는 냉소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나아가 청와대가 정부정책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내세웠던 전략적 성과목표 기법도 최종 확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달 6일 경제상황실을 설치한 직후 첫 번째 임무로 ‘비상경제전략지도’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략적 성과목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하위 핵심 실행지표를 정하는 일이다.
가령 경상수지 흑자구조 유지가 성과목표라면 일본 부품소재전용 공단 유치, 한중·한일FTA 단계적 추진, 남미 등 틈새시장 개척을 통한 수출증가 등이 실행지표로 설정한다는 식인데 이런 내용이 이 대통령의 최종 결제를 못 받은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민간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전략적 성과 목표 기법을 적용하려 했지만 최종 대통령 보고 단계에서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경제상황실을 놓고 ‘전시행정의 전형’이라는 따가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최근 이와 관련해 “히틀러 시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지하벙커 워룸인 경제상황실과 비상대책회의는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김종인 청와대 전 경제수석도 “경제위기정부라는 선언 이후에도 경제정책에 대해 특별히 나오는 게 없다”며 “(상황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현재 상황으로 뾰족한 정책수단이 나올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탁상공론’ 말고 실질적 대안 내놔야
전문가들은 총체적 무능에 빠진 경제상황실이 적극적으로 역할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수석은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번에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겹친 특이한 상황이라 우리가 과거에 경기침체 있었을 경우 운 좋게 소생했던 그런 막연한 생각을 갖고 경제정책을 운용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워룸은 탁상공론에 그치지 말고 민간 현장의 실무진들이 상황실에서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민간 부문의 목소리가 추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경제위기정부 구성을 선언한 만큼 실질적 개혁정책을 주도하는 그룹이 필요하다”며 경제상황실 구성원의 능력 제고를 주문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