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3일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윤해모 현대차지부장 등 노조간부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었다./연합 |
-여론과 현실에 밀려 파업 일정 못 정해
주간2교대제 시행과 잔업수당 문제로 파업 문턱까지 갔던 현대·기아차 노조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내부 반발과 외부의 거센 비판 때문에 구체적인 파업 일정을 잡지 못한 채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지난 3일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쟁의대책위 회의를 개최했지만, 쟁의조정신청과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 등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대신 노조는 6일 노조 간부 중심의 본관 항의 집회와 조합원 간담회 등을 열어 내부 여론을 모으기로 했다. 내부 불만을 수렴해 분열을 막자는 계산인 것이다. 3일 회의에서도 쟁의조정신청 의견과 임단협과 연계해 추진하고 파업에는 돌입하지 말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 윤해모 지부장은 “최근 노사관계로 마음을 무겁게 해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하는 투쟁이 되도록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쟁대위 소식지를 통해 밝혔다. 안팎의 비난 여론 탓에 파업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여는 9일 이전까지는 주간2교대제 등과 관련해 사 측과의 협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잔업수당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기아차 역시 노조가 파업 유보 방침으로 돌아서며 한 시름 놨다.
기아차 노조는 4일 “13일부터 월급제 추진위원회를 가동해 제반사항을 협의하기로 했다”며 “실질임금 보전방안을 마련하되 부족한 부분은 올해 임단협에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의 파업 대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앞서 기아차 노사의 힘겨루기는 지난달 5일 사측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우며 잔업이 없어도 수당을 지급하던 관행을 없애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노조는 즉각 단협사항 파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쟁의 국면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안팎의 우려가 나왔었다.
자신을 김민국이라고 밝힌 이는 노조의 파업 유보 결정 직후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 게시판에 글을 올려 “파업은 최후 수단이다. 지금은 주간연속2교대 시행보다 각자의 협업에서 어떻게 하면 생존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며 “당장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보는 눈을 가지고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노사가 글로벌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적극 협의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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