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먹구름에 고민 깊어지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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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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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경제가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2.75%포인트 내린 탓에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수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어려운데다 시장에 공급한 유동성도 자금난을 겪는 기업으로 원활하게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꺼내들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사용한 만큼 경기침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뾰족한 수단이 더이상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금리 내릴 만큼 내렸다 =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로 내다봤다.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에 있어 지난해 4분기 11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3.4%)을 기록한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경기침체 국면을 완화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 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2.75%포인트 내려 사상 최저치인 2.50%까지 떨어뜨렸다.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에 파급력을 가질 만큼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더이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서 기대했던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낮추면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등 시중금리도 떨어져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역마진을 우려한 은행들은 대출금리 체계 변경까지 검토하며 한은의 기대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시장에 공급한 유동성도 정작 필요한 곳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진 후 20조원 가량의 돈을 풀었지만 은행들이 가계 및 기업 대출을 옥죄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정부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라고 압박하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도 급증하고 있는 만큼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많은 돈을 풀었지만 은행들도 건전성 및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어 한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마땅한 후속 카드 없어 = 정부와 기업은 한은에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자본확충펀드 출범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한은이 자본확충펀드에 10조원 가량은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자본확충펀드는 시중은행의 후순위채를 매입해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되는 것이지만 이럴 경우 한은이 투입한 자금이 5년 이상 묶일 수 밖에 없어 대규모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중앙은행은 전통적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한은이 투자 손실을 입을 경우 이는 결국 혈세로 메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실물경제가 얼마나 더 악화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쓸 카드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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