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잃은 돈 ‘500조원’ 투기자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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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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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에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500조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이 단기 자금이 부동산 투기 등에 쏠릴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설비투자 등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5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금융계 등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의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단기채권형 펀드, 은행의 실세요구불예금 등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유동성은 모두 500조원 안팎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MMF 설정액은 지난 2일 기준 108조5천453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19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2007년 말 46조7천390억 원의 2.3배에 이르는 규모다.

   자금의 단기부동화란 돈이 기업 설비투자 등의 생산적인 곳에 투자되지 않고 하루만 맡겨도 연 3%의 수익을 주는 MMF 등의 단기 금융상품에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처럼 시중 자금이 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리는 것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과감한 기업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주식과 부동산 등의 투자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도 자금의 선순환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실물에 자금을 공급해야할 은행들도 대출 대신 MMF 등의 단기 상품에 돈을 묶어두고 있다. 은행과 대기업 등 법인이 맡긴 MMF 자금은 전체의 70% 수준인 73조2천725억 원으로, 2007년 말의 4.7배에 이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작년 9월 5.25%에서 현재 2.50%로 내린 데 이어 21조6천억 원의 원화유동성을 공급했으나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상품에 몰려 통화정책의 효과를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장 안팎에선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단기 금융상품에 묶여 좀처럼 돌지 않는 시중자금을 기업이나 투자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었음에도 자금이 기업이나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투자시장으로 가지 않고 있다"며 "시중 자금이 기업과 투자시장 등으로 흐르도록 하는 묘안이 없는지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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