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는 '엇박자', 당원들은 '무기력'
비난여론 높아진 민주, "반대 위한 반대 지양해야"
경제지표는 갈수록 암울해 지고 있으나 정치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도대체 지난해 말 법안전쟁 때와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처럼 지도부 리더십 부재에 따른 당내 엇박자로 172석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올해도 ‘모래알 정당’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용산사고와 관련, 장외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민주당 또한 ‘묻지마 투쟁’이란 비난 속에 분열 조짐이 감지된다.
◆‘사분오열’의 與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8일 한나라당의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지만 무엇보다도 원내대표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회기 내 쟁점법안 처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정리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가장 일사분란 한 모습을 보여야 할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지배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준표 원내대표의 경우 2월 임시국회 들어서도 당대표와 정책위 등 지도부들과의 호흡 맞추기가 어렵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경우 홍 원내대표는 ‘비정규직 고용기간 한시적 연장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나 박희태 대표는 “2년 연장하자는 게 당정 논의 결과”라는 방침을 내놓았다.
용산사고의 경우 홍 원내대표는 당초 ‘문책론’을 강조했으나 결국 이번 달 들어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당론을 따랐다.
더욱이 4월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친박 진영과의 내부갈등도 격화되는 상황에 당원들까지 무기력증을 보이고 있다.
오는 13일부터 대정부질문이 시작되나 신속한 법안처리에 힘써야 할 마당에 질의를 신청한 의원은 고작 16명이다. 또 지난 주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이상득 의원은 기분에 거슬린다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현재 여야 간사 간 협의가 난항을 겪어 재정위, 행안위, 지경위, 문방위 등만 돌아가고 있어 홍 원내대표가 ‘단독심의’까지 주문한 상태다. 지도부의 지배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 ‘대안 없는 반대’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시민단체들과 연계, 용산사고 과잉진압 규탄과 ‘MB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결의대회에 나서고 있다.
고원 상지대 교수는 “민주당이 강경투쟁으로 재미를 봤던 연말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도 민주당이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기를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당내 60세 이상 원로의원들의 모임인 ‘민주시니어’가 한목소리로 지도부에 ‘쓴소리’를 한 것도 이에 따른 신호탄이다.
특히 김충조 의원은 “재야는 가리지 않고 문제제기를 하지만 정치권은 어떻게 풀지 진단하고 처방한 뒤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4월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당 분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세균 대표 측이 부정적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 당내 비주류단체 민주연대가 정 전 장관 공천을 측면지원 할 경우 신구 주류간 갈등이 격화돼 당을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태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