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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시절 백화점에 잠시 등장했던 금고가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불황상품으로 금고가 잘 팔린다는 외신이 보도된 후 우리나라에서도 금고가 불황형 상품으로 뜨고 있다.
12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말 1주일간 전시행사로 판매했던 금고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많아지자 아예 매장에서 정식으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압구정점은 지난해 행사에서 1주일간 40여대를 팔았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고객문의가 이어져 해당 업체에 100여명의 고객을 연결해주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팔고 있는 금고는 금고 전문업체인 선일금고가 생산한 '루셀(LUCELL)'이란 제품으로, 일반 모델 가격이 132만원이나 된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장식이 박힌 고급형은 231만원이다.
현재 현대백화점에 정식 입점한 지 1주일도 안됐지만 하루에 6명꼴로 금고가 팔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금고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와 반응을 분석한 결과 크게 두 종류로 나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부유층의 현금 보관 수단으로 금고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복회 사건의 여파로 알음알음 돈불리기의 수단으로 활용되던 친목계가 중단되는 현상이 부쩍 늘었고 증시불안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마땅히 목돈을 집어넣을 곳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부류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금고는 1만원 짜리로 현금 2억원 가량을 보관할 수 있다.
기존의 다이얼 대신 디지털 잠금장치를 장착했고 섭씨 1010도에서도 1시간 동안 내부온도를 150℃ 이하로 유지할 수 있고 움직이거나 충격을 가하면 120㏈의 경보음이 작동되는 등 다양한 보안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금고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일기장, 통장, 집문서, 결혼.돌반지 등을 소중히 보관하려는 사람들도 가정용 금고의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박했던 기존의 금고가 '보물상자' 처럼 화려한 인테리어 가구로 변신한 점도 구매력을 높이고 있다.
루셀 금고는 블랙 또는 와인 색상에 스트라이프, 꽃무늬, 크리스탈 등으로 모양을 내 겉으로 봐서는 와인냉장고, 김치냉장고, 미니냉장고, 대형공기청정기 등 생활 가전제품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감각적이고 화려한 디자인을 갖췄다.
김정태 현대백화점 가정용품 바이어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자산보관에 대한 불안심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금고의 등장은 귀중한 것, 중요한 것을 집에서 보관하려는 불안심리의 전형"이라고 밝혔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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