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예금 통화의 유통 속도의 지표인 저축성예금 회전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평잔액으로 나눈 수치로,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자금 수요가 늘어 예금 인출이 그만큼 빈번했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들이 연말 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금을 갚은 것도 있지만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금 회수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금은행의 예·적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을 포함한 저축성예금의 회전율은 1.5회로 전달의 1.1회보다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요구불예금을 포함한 전체 예금 회전율도 5.1회로 2000년 6월 5.4회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저축성예금 회전율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06년 10월 1.4회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1.0회 안팎에 머물렀다. 2006년 당시에는 부동산 매입 등을 위해 앞다퉈 예·적금을 해약해 회전율이 높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12월 회전율이 급등한 것은 은행들이 연말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유동성 비율 등을 맞추려고 기업들에 대출 상환을 독촉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즉 기업들이 예금을 찾아 대출을 갚았다는 의미로, 예금통화가 실물로 흘러들어 갔다기보다 은행으로 되돌아간 데 따른 현상이다.
은행들은 당시 기업들에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인 한도 대출을 상환하고 올해 다시 대출받을 것을 권했는가 하면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특별 예대 상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11월에 비해 6조 6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예금에서 나간 돈이 주로 기업들의 결제자금 등으로 사용된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의 결제 수요가 줄었는데도 회전율이 급등한 것은 대출 상환이 많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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