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관치금융' 신호탄 쏜 금융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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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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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13일 오후 3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세미나실

A: 일요일에 세미나실에서 높으신 양반들 20명 정도 와서 워크샵 할 거니깐 마이크 쭉 깔아 놔.

B: 마이크 여유가 5개 밖에 없는데 어떡해요. 그냥 평소처럼 3~4개만 놓죠.

A: 금융위원장 포함해서 각 은행장들 모조리 출동이니깐 잔말말고 알아서 구해 놔.

B: 그런데, 그렇게 높은 양반들이 왜 일요일에 모여요? 게다가 왜 하필 금융연수원이죠? 세미나실도 작고 오래된 데다 기자실도 없자나요. 은행연합회에는 크고 좋은 세미나실에 넓직한 기자실도 있는데..

A: 그거야 일요일에 해야 일하는 것처럼 보이자나. 또 작고 후진 곳에서 해야 지금의 경제난국을 반영하고 있다는 냄새가 나지 않겠어?

#장면 2

15일 오후 10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세미나실

A: 다 끝났으니깐 어서 정리해.

B: 제가 평소처럼 마이크 3~4개만 놓자고 했자나요. 마이크 20개 구하는데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A: 난 다들 높은 분들이라 적당히 발언기회가 돌 줄 알았지. 정부 관계자 2~3명만 떠들 줄 누가 알았냐.

B: 그런데 확실히 금융위원회가 '파워'가 있나봐요. 진동수 금융위원장을 비롯해서 금융위 사람들만 떠들었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말 한 마디 못했자나요.

A: 이런걸 두고 '관치금융'이라고 하는 거야. 정부가 '가나다'부터 일일이 지시를 내리고, 기관 및 기업체들은 꿈뻑 죽어서 쫓아오고.

B: 그런데 오늘 자본확충펀드 사용하란 얘기 나왔죠? 지난번에 우리은행 빼고는 자본확충펀드 쓴다는 은행 없었자나요.

A: 두고 봐. 오늘 워크샵 끝나고 시중 은행들 자본확충펀드 안 쓴단 얘기 '쏙' 들어갈테니.

B: '자율'이란 없군요. 작년 이맘때 쯤에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금융연수원에 들어왔었자나요. 그때 대통령께서 자율'과 '시장경제'를 외치셨는데.. 불과 1년 만에..

A: 원래 세상이 그런거 아니겠냐. 잡소리 그만하고 일이나 하자.

B: 네. 그런데 그나저나 저 양반들 도시락은 왜 챙겨 왔대요? 워크샵 끝나고 만찬자리도 있는데.

A: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일종의 '액션'이라니깐. 도시락 들고 다녀야 일하는 것처럼 보여.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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