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럽중앙은행(ECB)가 지난 11월부터 3개월간 유로존 은행들이 약 1조2990억 유로(약 2553조원) 규모의 국채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은행들이 금융불안 속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채 매입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간 유로존 은행들의 국채 매입액이 1150억 유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3개월치 신규 매입액으로는 지난 1997년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은행들은 1월 한달 동안만 유로존에서 새로 발행된 국채(770억 유로)의 75%(580억 유로)를 사들였다. 1월 기준 유로존 은행들의 국채 보유액도 1조2990억 유로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은행들의 국채 매입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채 매입을 요구하는 각국 정부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각국 정부가 국채를 찍어내 은행권에 매입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압력의 정도는 금융위기가 심각한 국가일 수록 심해 스페인과 아일랜드 은행들은 다른 나라 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업체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고 아일랜드는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ECB가 각국 중앙은행의 구제금융을 받는 데 필요한 담보 조건을 강화한 것도 은행들의 국채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ECB는 지난 9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현금이나 미 국채와 같은 고수익 채권으로 교환하는 데 필요한 담보가치를 높였다. ECB는 조만간 관련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할 예정이다.
메릭 채프만 UBS 채권투자전략가는 "많은 은행들이 ABS와 같은 비수익 자산을 국채와 바꾸는 스와프딜을 정부와 추진하게 될 것"이라며 "재정적 곤란에 처한 국가의 정부들도 은행들을 '바이어'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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