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잔인한 '잡셰어링'… 대규모 실업자 양산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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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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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재계가 주도하는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을 통해 고용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

"잡셰어링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채용된 인턴들 대다수는 결국 회사를 나갈 사람들이고 잡셰어링 때문에 잘려나가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고.."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최근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잡셰어링'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신한 한마디와 한 대기업 과장급 직원의 한숨섞인 푸념이 미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현재 국내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잡셰어링' 시스템은 단기계약직인 인턴을 뽑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들은 또 다시 구직자의 신분으로 돌아가야 한다.

게다가 일부 기업들은 대규모 인턴들을 뽑기 위해 정직원들을 잘라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처럼 앞에서는 뽑고 뒤에서는 잘려나가는 잡셰어링의 모순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지만 정부의 은근한 압박과 '너도 하니까 나도 한다'라는 분위기에 힘입어 기업들의 잡셰어링 선언 행진은 계속 되고 있다.

결국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에서 생겨난 '잡셰어링'이 결국 실업자 양산에 기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는 국내기업들이 임원들과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 삭감을 통해 잡셰어링에 나서고 있으나 청년실업 해소가 아닌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줄이기위한 궁여지책으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전국 2월 말 실업자 수는 92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만6000명(12.9%)이 급증했다.

전체 실업률은 3.9%로 0.4%p, 청년실업률은 8.7%로 1.4%p 상승했다.

청년백수 백만명시대에 접어든 이 때, 잡셰어링이 대규모 실업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기업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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