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미국에 'B(Bankrupc·파산)의 공포'가 휘몰아치고 있다.
GM은 크라이슬러와 함께 미 정부로부터 각각 60일과 30일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버락 오마마 미 대통령은 양사가 기간 내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지 못하면 파산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자동차산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파산이 최선은 아니라는 주장과 상황이 심각한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일(현지시간) 파산을 통해 회생에 성공한 미국 기업 3곳의 사례를 소개하며 파산이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됐음을 내비쳤다.
UCLA 로스쿨의 린 로푸키 교수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 규모 100억 달러 이상인 미국 민간 기업 가운데 지난 1980년 이후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은 36곳으로 이 가운데 3분의 2가 되살아났다. 다만 기업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다.
미국의 원조 대형 할인점 K마트는 파산 후 구조조정에 성공한 사례다.
이 회사는 매출 감소로 자금난에 빠져 지난 2002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후 K마트는 회사덩리 과정에서 2000여개의 매장을 폐쇄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나머지 매장도 임대로 돌렸다. 인력을 감축한 것은 물론 사무실을 통합하고 과도한 재고를 유동화하기도 했다.
채권 투자자인 에디 램퍼트는 K마트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에 주목했다. 그는 K마트의 회사채를 대거 사들였고 파산보호신청 445일 후 K마트가 회생했을 때 그는 K마트 회장에 올랐다. 이후 그는 회사의 주요 자산 대부분을 매각했고 미국 대형 백화점 시어스와의 합병에 성공했다.
컨티넨탈항공도 파산보호신청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파산법과 법원에 신세진 바가 크다.
컨티넨탈은 지난 1983년과 1990년 두차례에 걸쳐 파산했다.
경기침체가 한창이던 첫번째 파산 당시 이 회사는 임금 삭감 문제로 노조와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파산법은 기존 노조와의 계약을 파기할 때 파산한 기업에 유리하게 돼 있었기 때문에 컨티넨탈은 노조와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후 이 사례는 파산법 개정에 일부 영향을 줘 지금은 파산한 기업이 노조와의 계약을 깨는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1990년 두번째 파산 때는 치솟은 연료값과 공격적인 확장 전략에 따른 막대한 부채가 문제였다. 하지만 파산법원이 제휴 항공사들에게 계약상의 의무를 계속 이행토록 했기 때문에 컨티넨탈은 비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채무의 만기가 연장된 것은 물론이다.
파산보호신청 2년 6개월 후 컨티넨탈은 회생에 성공했고 지금은 세계 9위 항공사로 훨훨 날고 있다.
속옷과 T셔츠 등을 주로 만드는 '프룻오브더룸(Fruit of the Loom)'은 파산을 통해 세계적인 투자귀재 워렌 버핏을 배경에 두게 됐다.
지난 1985년 금융업자 윌리엄 팔리는 프룻을 차입매수했다. 이후 그는 연매출을 20억 달러로 끌어올리는 등 회사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1990년대 말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이 격해지자 팔리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을 모로코와 멕시코 등지로 옮겼다. 그는 세금을 줄이려고 공장을 다시 조세피난처인 케이먼 군도로 통합시켰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결국 회사는 1999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부도상태인 프룻을 인수한 것은 워렌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 회사정리 과정에서 프룻의 보증사채에 투자했던 이들은 회사 자산 정리분의 92.5%를 챙길 수 있었다. 나머지 7.5%는 무보증 사채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프룻은 여전히 해서웨이의 자회사로 남아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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