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오바마 FTA협력 다짐으로 분위기 형성
여야 이견차로 국회 계류 중인 한·미 자유무역헙정(FTA) 비준안 처리가 지난 2일 런던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런던 정상회담을 통해 FTA 진전을 위해 협력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 분위기를 타 4월 국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외 여러 대내외적 변수도 남아 있는 상태다.
◆與, “4월 국회서 반드시 처리”
한·미FTA는 2007년 4월 타결된 후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양국이 의회 비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대선 도중 자동차 부문 등에서 불만을 표출했으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도 재협상 필요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양 정상의 FTA 협력 다짐은 양국 의회 비준에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이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5일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FTA에 관한한 미국이 강경에서 유연으로 전환한다는 정치적 메시지”라며 “향후 조율에서 미국이 자동차 부문 등과 연계하지 않는 융통성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EU FTA는 협상이 결렬됐으나 한미FTA 비준 자체에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도 한-EU FTA결과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고 한국을 진정한 통상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 분위기를 타서 한나라당은 4월 국회에서 비준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야당이 원하면 처리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적도 있던 홍준표 원내대표는 상황이 바뀌면서 표결처리라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박진(한나라당) 위원장도 4월 국회 처리를 강조하며 “이미 1월에 여야가 4월에 처리하기로 합의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걸림돌은 아직 많아
민주당의 반대가 여전할 뿐더러 오바마 대통령 협력 메시지에 대한 배경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문학진 의원은 “런던 정상회담 관련 미국 측 브리핑 내용 자체에 비해 한국 측 브리핑 내용은 아전인수격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추후 미국 측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를 일이고 그쪽(미국의회) 비준도 올 7월 이후로 예상되는 만큼 (구체적인 협상 부문도 언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미 행정부 고위관리에 의하면 백악관의 한미 FTA에 대한 견해는 자동차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의회에 비준안을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도 지난달 31일 국별무역장벽(NTE)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의 무역장벽으로 자동차 수입관세, 차별적 배기량 기준 세제, 표준 등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오바마 대통령 발언은 말 그대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원론적 발언일 수도 있다”면서 “향후 비준안 처리에 있어 미국 실무진들은 재협상을 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바마가 자동차, 쇠고기 등 구체적인 부문은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 한국인들의 정서가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 등은 향후 신속 비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밖에 미 통상당국의 진영이 아직 불완전하고, 미국으로선 현재 경제 위기 극복이 최우선 이다. 국내 야당 반대도 여전해 양측 모두 한미 FTA 연내 비준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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