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거리 로켓에 대비,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해 온 미국과 일본이 요격을 철회한 배경이 '체면'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요격 명분도 없을 뿐더러 요격 성공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과 자국민 과보호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 등 후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5일 “북한 로켓이 일본 영역에 추락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 MD 시스템에 의한 요격을 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선 북한이 이날 발사한 로켓은 ‘인공위성’ 발사를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에 사전 통보했던 대기권 밖 궤도를 통과했다. 또 추진체가 낙하한 곳도 예상됐던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격미사일인 SM3를 장착한 이지스함 2척을 태평양상에 배치하는 등 공을 들인 MD망을 가동할 명분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둘째로 ‘북한이 발사하면 요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만큼 요격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국제적 망신을 피할 수 없다. 요격 자체가 이미 쏜 탄환을 쏘아 맞힐 정도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사전에 요격조건을 ‘발사에 문제가 생겨 자국 영토로 향할 때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마지막으로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요격에 나섰을 경우 자국민 과보호는 물론 보통국가화 우려에 대한 후폭풍을 염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만 해도 요격준비 태세를 거론했던 미국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요격계획을 접었다. 일본과 차이점이 있다면 일주일 앞서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북한의 로켓발사를 막을 수 없는 현실과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아직은 크게 염려하지 않을 정도라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지난달 27일 “북한의 로켓이 하와이까지 도달할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요격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직면하게 될 비난 여론을 미국으로서는 뒤집어쓸 이유가 없다.
더욱이 미국도 현 미사일방어(MD) 체제로는 실전에 가까운 요격 성공을 장담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일본과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중국 한반도 전문가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라며 “요격을 했다면 엄청난 충돌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도 사실 기술적으로도 북한의 로켓을 요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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