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제약업계, 병∙의원 등 일선 현장에서 식약청이 너무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는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지난 9일 발표된 석면 함유 의약품 명단에 포함됐으나, 재조사한 결과 6개 품목은 석면이 전혀 들어있지도 않은 것으로 판명돼 명단에서 제외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명단에서 제외된 하나제약의 혈액순환개선제 ‘티날핀정 250mg’은 석면이 함유된 원료(탈크)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근화제약의 베렐란서방캡슐도 생산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당초 발표된 명단에 포함됐던 제약사들은 식약청의 이 같은 무책임한 발표로 업무에 심각한 혼선과 차질을 빚고 있다.
전국의 병∙의원 및 약국가에서도 해당 품목의 처방을 내려햐 하는지, 처방하면 안되는지를 묻는 문의전화가 쇄도해 전 직원들이 전화통을 붙들고 있어야 할 지경이다.
아울러 그동안 정부가 정한 원료 기준을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탈크 파동 때문에 마치 범죄자인 것처럼 몰리는 형국에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산업단지에 입주한 47개 제약사들의 공장장들 모임인 향남제약인클럽 공장장 협의회는 이와 관련한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식약청의 무책임한 행정을 질타했다.
협의회는 성명에서 “식약청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 및 후행조치에 힘쓰기 보다 탈크가 사용된 제품을 색출하고 회수 및 폐기명령을 내리기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석면이 전혀 들어있지도 않는 품목들이 석면함유 의약품 명단에 포함됐고, 일선 의료기관에서도 대체약을 곧바로 구하지 못해 처방을 제때 내리지 못하는 사태까지 초래했다.
이와관련해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이번에 발표된 1122개 품목 중 다행히 23개 품목만 처방하고 있어서 큰 혼선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난주 금요일 같은 경우 대체약도 구하지 못한 상태여서 의사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명단을 공개했을 경우 예상되는 혼란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불쑥 발표부터 해 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인 것이다.
아울러 식약청은 명단만 발표했지, 그에 따른 사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는 것도 업계의 불만이다.
발표된 명단에 포함된 품목들을 일선 약국가나 병∙의원이 정확히 인지하고, 그에따른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어떠한 공문이나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명단을 발표하면서 탈크 함량의 정도를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탈크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함량 정도에 따라 제품별로 석면 오염 가능성이 다름에도 불구, 이를 일률적으로 취급해 버린 것이다.
함량이 과다한 제품 위주로 단계적으로 발표할 수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이번 판매금지, 회수 조치를 발표하면서 식약청은 이 약들이 위해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판매금지를 한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 조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는 이왕 명단이 발표됐으니,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제품들은 제외하고 대체약들을 하루빨리 확보하는 등 하루속히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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