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커피’로 인디 음악 신드롬을 일으킨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이 문화계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밀어주는 소속사도 없다. 음반은 집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제작한다. 공중파 방송은 꿈도 못 꿨다.
그런 그들이 ‘인디계의 서태지’라 추대 받고 있다. 유희열 등 대한민국 음악지성의 대표주자들도 이들을 천재음악가라 칭송하고 있다. 사흘이 멀다 하고 이들에 대한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기자가 이들을 처음 만난 곳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 예술기관이다. 이 기관은 신진예술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곳이다.
기자는 이곳에서 천원짜리 3장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신선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이 기관은 곧 문을 닫는다. 가능성 있는 미술 작가와 작품, 새로운 시도의 예술 행사를 손쉽게 접할 수 있었던 이 곳은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장관에게 선택받지 못한 셈이다.
‘선택과 집중’은 효율과 성과를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원칙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원칙을 문화계에 접목하고 있다.
투입에 비해 산출이 적은 무명작가, 신인 예술인을 지원하느니 이미 국내외에서 증명된 인물과 장르를 적극 지원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될 놈에게 몰아주겠다는 것이다.
최근 국립오페라 합창단 역시 해체가 결정됐다. 7년 동안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국립오페라단과 문화관광체육부는 합창단이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해체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합창단 운영의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국립오페라단은 오히려 예산을 늘렸다.
문화·예술은 공익 문화다. 공공재인 문화·예술에 효율과 성과의 잣대를 대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기준과 원칙도 불분명한 선택과 집중은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직도 수많은 예술인들이 최저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분명 ‘제2의 장기하’, ‘제2의 박수근’이 있다.
유 장관이 그들을 어떻게 ‘선택’해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소영 기자 haojiz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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