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일본, 미니 컵 젤리를 먹은 어린이와 노인 등 20명 사망.
사인은 삼키는 능력이 부족한 이들이 작은 크기의 젤리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버린 것. 이 식품사고로 일본열도는 순식간에 충격으로 휩싸였다.
일본 농수산성과 후생노동성은 약속이나 한 듯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모든 책임을 회피했다.
농수산성은 허위사실, 유통기한만을 맡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후생노동성은 식중독 등을 관리하는 게 고유 업무라 식품의 모양 등은 규제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노다 세이코 일본 자민당 의원은 “관련 기관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며 “복잡한 식품안전 시스템이 사고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식품안전 관리부서가 다원화 돼 있었다. 우리나라가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보건복지부 등으로 이뤄진 것과 흡사한 형태다.
중국산 농약 만두 사건, 수입쌀 농약오염 사건, 원산지 표시 허위기재 등 식품 사고가 계속 일어나자 일본은 즉각 행정 시스템을 전면 수정했다. 부서의 다원화가 효과적인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단 일본은 민간 기구 '식품안전위원회'를 신설했다.
식품안전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식품건강 영향평가를 실시한다. 위해성 여부를 직접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담당자를 권고하거나 정책 상황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이해당사자간의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조정한다. 현재 식품안전위원회는 전문위원이 포함된 약 3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기구 설립외에도 식품법을 제정하고 식생활 교육을 강화했다. 특히 '소비자청'을 올해 안으로 신설할 계획이다.
소비자청은 상품과 금융거래, 식품·제품의 안전, 유효기간 표시 등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제반 문제를 다룬다.
현재 농림수산성은 생산단계를, 후생노동성은 수입∙제조∙유통∙소비단계를 관할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식품 행정 구조가 비슷해 소비자청 혹은 식품안전위원회와 같은 기구 설립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식품 사고 초기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유명무실해진 식품안전대책위원회를 수시로 개최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식품안전대책위원회는 90년대 후반에 총리실에 설치됐었다. 그러나 정부 부처의 입장에 따른 의사 결정으로 객관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이 대책위원회는 상설조직이 아니라서 큰 사고가 일어나면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다.여전히 뒷북 대응을 해야했던 것.
이영순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부처 입장과 무관한 민간전문가 중심의 독립적인 식품안전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정부나 국민 입장에서 바람직할 것”이라며 “이 기구가 식품행정을 총괄해 신뢰를 확보하고 부처 간 객관적인 총괄·조정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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