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1995년 11월1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법 사상 처음 검찰에 소환된 뒤 13년 반 만에 검찰 청사를 찾는 전직 대통령이 됐다.
같은 해 12월3일 검찰 수사에 반발하다 구속수감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청사가 아닌 안양교도소에서 서울지검에 설치된 '12ㆍ12, 5ㆍ18 및 전직 대통령 뇌물사건 특별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애초 검찰과 버스로 이동하기로 협의했으나 경찰이 경호상의 이유로 KTX 이용을 요청해 이동 수단이 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
29일 대검 중수부(이인규 검사장)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다.
2007년 6월29일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받아 대통령 관저에 전달한 100만 달러와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된 500만 달러는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돈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정 전 비서관이 빼돌린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연루돼 있는지 수사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씨가 조사받았던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신문을 받는다.
검찰은 신문 내용을 ▲100만 달러 ▲500만 달러 ▲12억5천만원 및 직무관련성과 기타 사항으로 나눠 예상 답변에 따른 질문을 200여개로 추렸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재소환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신문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본인 동의를 얻어 오후 10시 이후 심야 조사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또 필요하면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또는 정 전 비서관을 대질신문할 수 있도록 이들을 대검청사에 대기시킬 계획이다.
중수부는 조사가 끝나면 일단 노 전 대통령을 귀가시킨 뒤 다음 주 중 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기소 여부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의 노트북이 작년 2월4일 택배로 건호씨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기 분당 오르고스 사무실에서 대통령 관저로 배달된 사실에 주목,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500만 달러 투자계획서 등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것을 조사했다"고 밝혀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할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검찰은 이번 주 초 박 회장과 정 전 비서관을 대질해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고 이날 오후에도 정 전 비서관을 조사하는 등 막바지 보강조사를 벌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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