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선물거래소인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는 지난 2007년 뉴욕선물거래소(NYBT)를 인수하고 NYBT의 이름을 'ICE퓨처스(Futures·선물)US'로 바꿨다. 하지만 NYBT 건물 간판에는 지금도 NYBT라는 이름이 선명하다. 건물 주인이 간판 교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기업 브랜드를 바꾸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켈리 뢰플러 ICE 부사장은 "NYBT의 이름을 바꾸는 데 가장 힘든 일은 간판 교체에 반대하는 건물주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었다"며 "18개월 동안 건물주를 설득했지만 허사였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경기 불황으로 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을 인수하거나 파산 상태에서 회생하는 기업들이 이름을 바꿔다는 경우가 많아 졌지만 '리브랜딩' 과정에는 이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며 리브랜딩 성공 비결을 소개했다.
에드워드 스나이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학장도 ICE와 같은 난관에 부닥쳤다. 그는 최근 경영대학원의 명칭을 '그래듀에이트스쿨오브비즈니스(GSB)'에서 '부스스쿨오브비즈니스'로 변경했다. 이 학교 출신으로 디멘셔널펀드어드바이저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책임자(CEO)인 데이비드 부스가 지난해 말 3억 달러의 거금을 기부한 데 따른 것이다.
리브랜딩 작업은 처음에는 수월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특히 새 이름이 들어간 학교 T셔츠와 모자, 머그잔 등은 재학생과 교직원, 동문들 사이에 '부스'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뜻하지 않은 데서 허점을 발견했다. 일부 학생들이 GSB 마크가 선명한 T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학장으로서 위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다른 구성원들이 그의 노력에 동참하도록 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직원 사무실의 문패를 바꿔 달기는 쉽지만 직원들이 과거 쓰던 물건까지 바꾸도록 하려면 더욱 고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도움이 된 건 학교의 마케팅 비용이 50% 늘어나 18개월 동안 500만 달러를 바뀐 학교 이름을 홍보하는 데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스나이더는 동문들과 직원, 재학생들이 교명 변경의 타당성을 인정해 준 것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부스가 기부한 금액은 경영대학원에 대한 기부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식품 가공 기계 및 항공 장비 제조업체인 존빈테크놀로지스(JBT)는 기업의 가치와 전통을 통해 브랜드 변신에 성공한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해 FMC테크놀로지스라는 기업에서 분리 신설됐다. 새 브랜드가 필요했던 찰스 캐논 CEO는 스웨덴 브랜드컨설팅업체에 작명을 의뢰했지만 이 업체가 내놓은 브랜드는 마치 의약품 이름처럼 들렸다. 고민 끝에 그는 스스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전통을 반영할 수 있는 이름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모기업 창립자인 존 빈을 떠올리게 됐다.
캐논은 "사업 영역이 두가지라 두 영역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이름을 찾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존 빈은 이 모두를 충족시키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빈은 농부이자 발명가로 그가 1884년 발명한 연속 분사펌프는 FMC가 1960년대 항공기 제빙장치 제조업체로 거듭나도록 하는 데 기초가 됐다.
물론 브랜드 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고객들이야 제품과 실적을 중시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변화에 무던했지만 FMC에 대한 직원들의 애착이 컸던 것이다.
캐논은 "브랜드 교체로 인한 첫번째 갈등은 내부 조직에서 빚어졌다"며 "조직 내에서 브랜드 교체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리브랜딩 작업에 임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새 브랜드가 결정될 즈음에는 모두가 작업에 즐거움을 느끼게 됐고 나머지 직원들 사이에도 브랜드를 교체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었다.
이밖에 리브랜딩에 성공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고 조언한다. 캐논은 "리브랜딩을 결정했다면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뢰플러 역시 "인내심이 중요하다"며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받아들인다"며 "그들이 거부감을 느끼더라도 기업에 도움이 되는 브랜드라면 결국 시간이 흐르면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