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OIE(국제수역사무국)에서는 멕시코 인플루엔자(MI)가 돼지와 무관하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돼지고기 소비 위축에 안타까워 대한양돈협회·농협중앙회·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일간지에 낸 광고다.
멕시코발 ‘신종 인플루엔자A(H1N1)’(약칭 ‘신종 플루’)로 인해 애꿎은 국내 양돈업계에 불똥이 튀었다.
익힌 돼지고기를 먹으면 신종 플루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돼지인플루엔자(SI)’로 이름이 붙여지면서 국민의 불안과 혼란은 돼지고기 기피 현상을 낳고 있는 것.
마트에서 만난 주부 정모(38) 씨는 “돼지고기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먹기가 찜찜하다”며, “당분간 돼지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종 플루와 장기 불황의 여파로 농가와 돼지고기 판매 음식점 등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 등 악재가 거듭되면서 지난 8일에는 돼지고기 음식점 업주가 자살하는 참담한 일이 발생했다.
광주에서 돼지고기 음식점을 운영하던 40대 이모씨는 최근 신종 플루 발생이후 손님이 크게 줄어든 것을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관계당국은 뒤늦게 전염병 명칭을 SI에서 신종인플루엔자로 바꾸고 돼지고기 소비촉진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한번 타격을 입은 양돈 산업이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한양돈협회 관계자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양돈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과거 조류독감 발생 당시 닭고기와 오리고기 소비가 급감했던 점에 비춰 돼지고기 소비위축이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간절한 심정을 토로했다.
예전에 조류인플루엔자 때에도 그랬듯이 돼지하고 무관한 이번 신종 플루 사태에 우리는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와 보건당국의 신중하지 못한 늑장대처로 소비자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있다.
이번 신종 플루 사태는 성숙한 국민의식 및 언론보도 자세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물론 신종 플루는 유전자 변이를 통해 사스와 조류독감 같은 전염병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차분하게 사태를 주시하면서 합리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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