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리오 콜라오 보다폰 CEO |
두 개의 차트에는 콜라오의 야심찬 계획이 집약돼 있다. 이동통신 회사의 통신기술 방식이나 무선 인터넷 플랫폼 종류에 관계없이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나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이른바 '수퍼 플랫폼' 구상이다.
콜라오가 이런 꿈을 갖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지난 2000년부터 보다폰에 몸담아 온 그는 2004년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를 내는 RCS미디어그룹 CEO로 변신했다.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고전하다 주주들과의 갈등으로 결국 2년만에 복귀했지만 그는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그 중 하나는 이동통신업체와 언론사는 문화적으로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경쟁사간에도 핵심 인프라는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콜라오는 첫번째 교훈을 통해 보다폰이 콘텐츠 공급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두번째 교훈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플랫폼을 공유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결국 언론사들은 편집의 질로 승부를 걸고 있다"며 "신문 배달 트럭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6일자 최신호에서 콜라오의 야심찬 계획이 쓰러져 가고 있는 세계 미디어업계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5월부터 보다폰을 이끌고 있는 콜라오는 지난 12일 그의 계획을 공표했다.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공동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구성해 휴대전화용 콘텐츠와 응용프로그램을 사고 팔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콜라오의 통합 플랫폼 구상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전 세계에 2억90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보유한 보다폰이 결국 탐욕을 드러냈다는 것과 이동통신업체들의 역할이 단지 자료 전송자로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콜라오의 계획이 낯설기는 보다폰도 마찬가지다. 실추된 명성을 되찾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그가 일년 전 보다폰 CEO에 오를 때만 해도 보다폰은 더 이상 지난 1990년대 공격적인 인수를 펼쳤던 무선 왕국이 아니었다. 특히 전임자였던 애런 사린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이룬 왕국을 통합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빈 비에낸스탁 번스타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보다폰의 자회사들은 여전히 모회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콜라오가 사린의 실패를 바로잡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가 이미 경영 능력을 입증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가군경찰 카라비니에리의 예비역 장교를 거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온 콜라오는 1990년대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업체 매킨지에서 근무했다. 이후 이탈리아 이동통신업체 옴니텔프론토 창립에 동참했던 그는 CEO 자리까지 올랐다. 그가 터를 닦은 옴니텔은 지난 2000년 보다폰에 합병된 이후 줄곧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성 증진만으로는 모바일 기기업계의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며 콜라오의 계획에 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선진국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있고 성장 여력이 있는 개발도상국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중 돋보이는 곳이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소프트웨어업체들은 하드웨어업체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를 하지 않지만 이동통신업체들은 탐욕스런 약탈자는 아닐지라도 육중한 거인이라고 비난한다. 헐값으로 알맹이만 빼간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특히 플랫폼 소유자들이 통합을 꺼리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업체가 특정 이동통신업체와 손을 잡게 되면 호환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해 잘못하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콜라오가 통합 플랫폼을 구상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보다폰이 업계 최대 규모인 만큼 중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 일본 소프트방크, 보다폰이 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버라이존와이어리스 등도 콜라오의 구상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콜라오의 계획이 실현되면 이들은 전 세계에서 10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콜라오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콜라오는 결코 쉽게 포기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2년만에 물러났지만 RCS행을 고집한 것도 그 자신이었다. 콜라오가 이동통신사업 다음으로 애정을 갖고 있는 일이 미디어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디어업계가 저지르고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인터넷에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콜라오는 통합 플랫폼을 통해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게 되면 콘텐츠 생산자에게 매출의 70%를 돌려줄 계획이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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