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부동산시장 진정한 '봄'은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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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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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난리다. 청라와 송도에서의 분양 열기 때문이다. 한 분양 아파트는 502가구 모집에 3만여명이 몰려 평균 60대 1이란 놀라운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방문객만 4만명이 넘는다는 것이 해당 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평일에도 늘어선 줄이 300m에 달했고 주차 요원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또 다른 재건축 아파트(인천 서구 신현동) 모델하우스도 이에 못지 않다.

"몰려드는 방문객들을 보니 순간 울컥한 느낌이 들 정도였고 절로 흥분이 됐다. 이런 모습은 지난 2007년 이후에는 처음인 것 같다"는 한 시공사 관계자의 말에서는 들뜬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었다.

예상 외의 뜨거운 인천지역 청약열기는 '대세론'과 '국지론' 논쟁에도 불을 지피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이제 회복세에 들어갔다는 대세론과 일부 지역에 한정된 국지적인 과열 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정부도 현장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자금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떳다방' 등 거래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중상류층을 뺀 전체적인 수요층의 구매력이 살아났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정책기조 변화를 위한 조사가 아니라 '거래질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청라와 송도 등 현재 인천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분양시장은 가격(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과 입지(국제자유지구 개발 재료), 정책의 혜택(양도세 경감, 전매제한 기간 단축)이라는 3박자가 제대로 갖춰졌다. 1~2년 묻어놓으면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몰릴 수 밖에 없었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인천 청약시장의 열기는 실수요자 보다는 투자수요가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얘기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취한 고육지책(?)이 만들어낸 산물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방 부동산 시장은 청약률 제로(0) 행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올들어 지방에서 분양된 25개 단지 가운데 19개 단지에서는 단 한 명의 청약자도 없었다. 미분양 물량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 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분양을 포기하고 임대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신규 분양 역시 최대한 일정을 미루거나 아예 계획을 포기하고 있다. 끝이 어딘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같은 시기에 분양이 이뤄졌던 파주지역을 보라. 그 곳은 지금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인천만 보면 과열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눈을 조금만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게 현실이다."(한 부동산 컨설턴트)

돈이 보이는 곳에 돈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돈이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중요한 것이다.

인천지역 상황을 두고 내리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오히려 이 열기가 갑자기 식었을 때 나타날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투기 조장 등 거래질서 교란행위는 당연히 억제돼야 한다. 하지만 정당한 투자마저 투기로 매도되는 일 또한 없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진정한 봄이 왔다고 얘기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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