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 빛나는 리더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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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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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최악의 리더는 그동안 숨겨왔던 리더십의 끝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지난 2000년 해고된 더글러스 이베스터 전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가 실패한 리더의 좋은 본보기다. 1999년 파리에 머물고 있던 이베스터는 벨기에 학생들이 코카콜라를 마시고 탈이 났다는 TV보도를 접했다. 위기를 직감한 이베스터는 곧장 본사가 있는 미국 애틀랜타행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그는 코카콜라 생산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코카콜라는 건강을 해칠 위험이 전혀 없다고 주장할 셈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설상가상으로 돌아갔다. 탈이 난 이들의 수는 갈수록 늘어났고 TV뉴스는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화면으로 채워졌다. 정치권에서는 코카콜라에 응분의 조치를 취하라는 목소리가 빗발쳤고 주주들의 원성도 높아졌다. 신뢰에 금이 간 코카콜라는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향후 몇 년간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어야 했다. 몇 개월 뒤 이베스터는 결국 CEO 자리에서 쫓겨났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위기 상황에서 이베스터가 보인 행동은 관리자에게나 어울리는 것으로 그는 결코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위기를 맞았을 때 진정한 리더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포춘은 최근 제오프 콜빈 포춘 수석 에디터가 낸 '경기침체의 윗면(The Upside of the Downturn)'이라는 책을 인용해 위기 속에 필요한 진정한 리더십의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누구보다 먼저, 자주 모습을 드러내라.
통제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되면 사람들은 리더에게 의지하게 된다. 이들은 자기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리더가 솔선수범해 문제 해결에 나서 주길 바란다. 따라서 리더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뭔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

물론 위기 상황일 수록 할 일이 태산인 리더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리더의 말 한마디는 곧바로 공식화되기 때문에 조직 구성원들과 터놓고 얘기하는 것도 제한된다. 하지만 위기 상황이라면 파격을 시도해 볼 만도 하다.

일례로 1990년대 초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 델은 컴퓨터 메모리칩 재고 관리를 잘못해 판매부진으로 주가가 폭락한 적이 있었다. 주가 폭락 다음날에는 마이클 델 창립자 겸 CEO가 참여하기로 한 컨퍼런스가 예정돼 있었지만 그가 언론의 주목을 피하기 위해 컨퍼런스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게 컨퍼런스에 등장했고 델이 처한 상황과 해결 방안 및 기업의 비전을 발표했다. 이로써 그와 회사에 대한 신뢰감은 높아졌고 주가 역시 회복됐다.

재빠르게 행동하라.
정확한 판단으로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불완전한 정보와 시간 제약 속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결정을 한순간에 내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리더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기업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외부의 의견까지 조율해야 하지만 위기상황이라면 모든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리더의 판단을 기다리고 이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대담하고 침착해라.
조직원들은 리더가 두려움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진정한 리더는 외부 악재에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기업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해결 방안도 함께 제시한다. 이번 경제위기 속에서 많은 CEO들이 자신의 연봉과 상여금을 자진 삭감하거나 반납하고 자비를 들여 회사 주식을 매입한 것 역시 대담한 행동으로 직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고 대담함과 무모함을 혼동해선 안 된다. 아무리 뛰어난 CEO라도 이번 경기침체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위기를 대하는 모습이 어떻게 보여지느냐다.

위기의 정황을 정확히 알려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는 그들이 위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부정적이며 비정상적이고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고 여기는 이들은 이를 평범하고 심지어는 뭔가 배우고 반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전자는 후자보다 더 빨리 기력이 빠져 건강이 상하기 쉽고 실적도 더 악화된다. 전자나 후자나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똑같은 데도 그렇다.

진정한 리더라면 당연히 조직 구성원들이 위기를 맞아 후자처럼 반응하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책임질 수 없는 낙관론만 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보다는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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