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GM, 미국車 소형화 추세에 발맞춰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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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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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인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난 1일 문득 난생 처음 몰았던 '마이카'가 떠올랐다.

기자가 지난 2002년 미국에 머물고 있을 때 구입한 그 차는 흰색 왜건(마차)스타일의 GM 시보레, 일명 '쉐비(Chevy)'였다.

차령이 10년을 훌쩍 넘어 시동이 커지기 일쑤였지만 쉐비는 2년간 혈혈단신으로 미국에서 생활한 기자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자 동반자였다.

실제로 미국은 대도시만 벗어나면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이 전무하다. 때문에 1인당 1대 이상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 미국을 대표하는 GM이 크라이슬러에 이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오히려 GM의 파산을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 CNN-오피니언리서치가 조사한 바로는 미국인 가운데 76%가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이들 업체의 회생을 위해 자금을 더 지원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22%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미국 자동차산업을 자랑스럽게 여겨온 미국인들이 변심했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 자동차업계가 잘못된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다는 데 대한 애정 어린 걱정이 반영된 결과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미국에서는 민간판매용 탱크로 불리는 GM의 '허머(Hummer)'가 크게 주목받았다. 허머는 당시 미국의 무자비한 권력과 부를 상징할 정도로 거대했지만 기름 먹는 하마로 GM의 기력을 소진시켰다.

규모를 추앙하며 브랜드를 남발했던 GM은 결국 브랜드 대부분을 매각할 처지에 놓였다. 허머 역시 2일 중국 기업으로의 매각이 확정됐다.

GM은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에 성공하면 과거의 허세를 버리고 연비효율이 높은 소형차로 승부를 걸어 볼 셈이다. 경기침체의 충격으로 대형차를 선호해온 미국인들도 점차 소형차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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