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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불 일색이라도 불확실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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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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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선행종합지수를 구성하는 10대 지표가 모두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긍정적인 전망과 경기 바닥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고용과 투자 지표인 구인구직비율 전월차와 전월 대비 자본재 수입액 및 건설수주액이 마이너스에서 탈출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그러나 '반짝' 증가일 가능성이 있는데다 5개월째 플러스 행진을 해온 순상품교역조건의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더욱이 세계 경기의 뚜렷한 회복세 없이 단지 회복 기대만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상반기 수출경쟁력을 지탱해왔던 고환율 시대도 지나가고 있어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는 양상이다.

◇ 선행지표 7년만에 '올 플러스'
8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경기 선행종합지수 10대 지표의 전월 대비 수치가 동시에 플러스를 보인 것은 7년1개월(85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기가 좋을 때도 상품교역조건, 구인구직비율 등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는 만큼 전 지표가 모두 파란색을 나타낸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10대 지표 가운데 작년 10~11월에는 마이너스가 8개나 됐지만 지난 1월 7개, 2월 4개 등으로 줄어든데 이어 3월까지 마이너스였던 구인구직비율, 자본재수입액, 건설수주액이 4월에 플러스 대열에 합류했다.

지수는 일자리, 생산, 소비, 투자, 금융, 무역 등에 걸친 10가지 지표로 추세를 가늠하기 위해 가공을 거친 것이어서 원자료 수치와 다르게 나타난다.

우선 구인구직비율(신규구인인원/신규구직자수)이 전월보다 2.3%포인트 상승하며 7개월만에 플러스가 됐다. 구인구직비율 전월차는 지난 1월 -5.4%포인트로 최대 하락폭을 보인 뒤 낙폭을 줄여왔다. 재정을 투입한 청년인턴사업을 비롯한 정부의 한시적 일자리대책이 힘을 발휘한 덕분으로 보인다.

실질 자본재수입액(자본재수입액/수입물가지수)도 전월보다 3.7% 증가하며 7개월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 역시 지난 1월에 -12.6%로 가장 나빴고 2월 -4.9%, 3월 -2.0% 등으로 호전됐다.

실질 건설수주액(건설수주액/생산자물가지수)은 전월보다 3.9% 증가하며 4개월만에 마이너스에서 탈출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4월에 플러스가 됐다고 해서 아직 추세로 보기는 힘들다"며 "적어도 5월 상황을 봐야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러스이기는 하지만 증가폭이 둔화된 지표로는 기계수주액과 순상품교역조건(수출단가지수/수입단가지수)이 꼽힌다. 기계수주액은 2월부터 석달째 전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2~3월의 2%대 증가율이 4월에는 0.9%로 둔화됐다.

순상품교역조건 역시 석달째 둔화됐다. 환율 하락이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통계청 측은 "순상품교역조건은 달러 기준으로 작성한다"며 환율과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밀려오는 먹구름 잘 피할 수 있나
경기전망을 밝게만 볼 수 없는 지표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원.달러 환율이 예전 같지 않아 경기호전의 밑바탕인 국제수지 흑자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원화 가치가 올라갈 경우 상품 경쟁력이 떨어져 그동안 '불황형'이긴 했지만 그나마 흑자 기조를 유지해온 무역수지가 타격을 받게 된다. 수입보다는 수출이 덜 줄어 버텨왔는데 높은 환율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보고서에서 "그동안 수출기업의 매출액 증가는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효과에 기인했던 측면이 있으나 이런 이점들이 약해지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상반기 우리 경제를 짓눌렀던 국제유가도 다시 기세를 떨치고 있다.

작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석유소비가 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고유가 위기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상승세가 재현된 것이다.

지난 5일 국제시장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에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배럴당 68.44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나 70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된 것은 작년 11월 이후 7개월만에 처음이다.

WTI 가격은 올 들어 54% 오른 것으로 하반기에는 배럴당 85달러, 내년 말에는 95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문제도 향후 진행과정에서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의 학습효과 때문에 아직까지 금융시장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고 있으나 향후 상황변화에 따라 관계호전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낙관할 수는 없다.

4월 취업자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8만8천명이나 주는 등 고용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민간소비가 여전히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4월 소비재판매 -4%)를 유지하고 있고 4월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25.3%를 기록할 정도로 심하게 위축된 점도 경기회복을 낙관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 "바닥 다지는 중..급격 회복 장담못해"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불확실성이 존재해 급격한 회복세는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보고서(그린북)에서 "세계 경제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는 징후가 보이고 국내 경제도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회복의 강도가 약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유가 상승 우려 등으로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소비재 판매나 광공업 생산 등이 전월 대비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도 전분기 대비 늘어나는 등 회복 조짐이 뚜렷하기는 하지만 내수와 수출, 고용 등 전반적인 경기는 아직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바닥을 다지는 단계로 보는 게 옳을 듯하며 회복을 하더라도 'V'형보다는 'U'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내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일부 경기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침체국면을 벗어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KDI는 광공업 생산 및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에 비해 소폭 개선되고 있으나 소비와 설비투자가 여전히 위축돼 있고 수출입 감소세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금을 전후로 해서 바닥 국면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 "감소하던 경제지표들이 어느 정도 멈췄고 올라가는 지표가 보여 바닥이 확인될 것이며 이제는 회복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불안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회복세가 상당히 미약해 'U'자형의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볼 때는 경기가 요동치는 'W'자형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일단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과 수출 감소 폭 둔화가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현재 경기가 바닥을 다지는 상황으로 향후 더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치고 올라간다고 말하긴 힘들다"면서 "주식 등 일부 금융지표의 호전과 환율 하락으로 인한 착시효과로 경기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경제의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경기 바닥을 계속 다지는 '바나나형' 모양을 나타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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