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의 싱글 톨 아메리카노) 올 여름 "넥타이를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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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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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차에서 내리라기에 넥타이를 바로잡은 다음 "난 안 취했다. 맥주 딱 한잔 했다고 항의를 했지. 사람 좋아 뵈는 경찰이 웃으며 집 전화번호를 물었고, 잠시 뒤에 온 아내가 나를 보곤 고개를 돌리더라구요. 집에 와 거울을 보니 넥타이가 목에 걸려 있더군요."

어느 중진 서양화가가 옛일이라며 털어놓은 에피소드다.

회식 중 풀어놨다가도 자리가 파할 무렵이면 다시 잘 챙겨 매야 한다고 느끼는 것, 그게 넥타이다.

넥(neck·목)과 타이(tie·매다)의 복합어인 넥타이는 고대 로마 병정이 무더운 여름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 스카프를 찬물에 적셔 목에 감던 것에서 유래한다.

본격적인 넥타이의 등장은 17세기 프랑스 군대의 용병인 크로아티아 병사들에서 시작된다.

터키 전투에서 승리한 병사들이 목에 붉은 천을 두르고 시가행진을 벌이는 것을 본 루이 14세가 이를 따라 하기 시작하자 뒤이어 파리에서 유행했다.

목에 붉은 천을 두른 것은 생명을 해치는 마귀가 몸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는 뜻에서였다.

훗날 이들의 이름을 따 '크라바트(cravat)'라고 불렀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넥타이의 점잖은 명칭으로 쓰이고 있다.

나비넥타이는 17세기 중반이후, 그리고 포인핸드(four-in-hand·매었을 때 길이가 주먹의 4배)와 같은 현대적 넥타이는 19세기말부터 등장했다.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생활했던 슈바이처 박사는 단 한 개의 넥타이 밖에 없었지만 장례식 등 예식이 있을 때마다 넥타이를 착용할 만큼 넥타이를 예의의 상징물로 여겼다.

또 500여개의 넥타이를 가지고 있었던 미국의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나트라는 공연 중에 환호하는 팬들에게 넥타이를 풀어 주곤 했다고 한다.

넥타이는 이처럼 오랜 세월 사회적 신분과 예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많은 남성들이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에도 꼭꼭 동여매는 건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필요는 변화를 낳는 법.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여름철 '노 타이(No Tie)' 차림이 일반화될 추세다.

정부에 이어 일반기업은 물론 백화점과 항공업계, 심지어 정치권 마저도 넥타이를 풀겠다고 나섰다.

양복도 생략하는 '쿨 비즈(Cool Biz)'로 전환하는 곳도 많다. 기름값이 남성을 '댕기'와 '양복'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있는 셈이다.

남성들은 댕기만 풀어도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목을 드러내면 체감온도가 2도 정도 내려간다고 한다. 실내온도를 다소 높여도 된다는 얘기니까 냉방전기료도 절약될 게 틀림없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쿨 비즈에 따른 경제적 가치에 대해 "사무실 온도를 2도 정도 높일 경우 연간 160만~290만t의 CO2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금액으로는 3000억원, 원자력발전소 2기분에 해당하는 에너지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최고경영자(CEO)의 노타이도 늘어나면서 넥타이는 권위와 신뢰의 상징이 아닌 액세서리화되고 있다고도 한다.

국내의 경우 공무원 등이 넥타이를 푸는 게 처음은 아니다. 새마을 복장이라고 해서 하얀 남방 깃을 양복 위로 내놓는 게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매일 빨아서 다려야 하는 와이셔츠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이 덕에 사랑하는 와이프는 무더위에 고생도 덜 수 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간편한 티셔츠나 라운드셔츠처럼 실용적이고 편안한 차림으로 올 여름을 지내보자.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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