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KT 출범으로 통신업계의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광고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KT와 LG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 50.5%를 점유한 SK텔레콤을 공격하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통합 KT는 지난 1일 출범과 함께 쿡앤쇼(QOOK & SHOW) 결합상품에 대한 TV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 광고에는 파리가 신문을 보는 사람에게 접근해 "우리 결합상품은 가입연수와 가족수에 따라 할인차이가 있다. 하나도 안 복잡하다"는 내용 등을 말하자 이 사람은 귀찮은 듯 파리를 신문지로 내려치는 장면이 나온다.
KT는 이 광고를 통해 SK텔레콤의 결합상품은 복잡하다는 내용과 함께 "복잡한 결합상품은 끝났다"며 '쿡(인터넷ㆍTVㆍ인터넷전화)+쇼반값'을 홍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자사를 파리로 묘사하며 비방한 KT에 대해 상도의를 무시한 처사라며 발끈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KT가 의도적으로 자사 상품을 비방한 것으로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공룡 통신기업으로 재탄생한 통합 KT가 출범 직후 경쟁사 상품을 비방하는 광고를 내보낸 것에 대해 덩치에 맞지 않는 행위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KT에 이어 LG텔레콤도 SK텔레콤 공격에 가세했다.
LG텔레콤은 지난달 SK텔레콤의 상위층 고객을 타깃으로 한 '톱(TOP) 요금제'를 출시했다.
톱 요금제는 기본료 9만9000원을 내면 25만원에 해당하는 음성통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4일 현재 톱 요금제 가입자는 출시 한달여 만에 6000명에 이르고 있다. 하루 평균 200명씩 가입자가 늘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초 무료통화 시간을 2배 늘린 'T할인더블요금제'를 출시했다. 하지만 LG텔레콤으로 빠져나가는 알짜고객은 막을 수 없었다.
여기에서도 LG텔레콤의 광고가 문제가 됐다.
SK텔레콤은 지난 8일 LG텔레콤의 톱 요금제 광고가 부당광고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LG텔레콤은 최근 통화량이 많은 고객이 고객센터에서 무료 통화가 적다는 항의를 하자 "고객님, 그건 LG텔레콤으로 가셔야죠"라는 내용의 톱 요금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광고에 나온 고객센터가 자사의 고객센터와 매우 흡사해 이 광고가 자사를 비방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G텔레콤이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로 경쟁사 요금제와 비교 광고를 하며 자사에게 유리한 내용만 전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LG텔레콤은 타사나 타사 상품에 관한 이미지 훼손이나 비방성 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외부 전문가 검토를 마친 상태여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KT와 LG텔레콤의 최근 TV 광고로 자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대응 한다는 방침이다.
통합 KT 출범으로 통신시장이 과열되면서 가입자 확보를 위해 통신사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막장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내 통신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업체들의 마케팅은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할 정도로 수준 미달이다. 통합 KT와 SK텔레콤 등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의 성숙한 마케팅이 아쉽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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