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스루 컴퍼니’는 자기 고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작은 규모의 기업을 넘어 위기를 극복한 최고의 기업으로 진화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일본 열도를 냉각시킨 10년에 걸친 장기 불황 속에서도 10배의 성장을 거두어 낸 ‘일본전산’이 그 대표적인 예다. 1973년 사장을 포함한 단 네 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이 기업은 지금 계열사 140개에 직원 13만명을 거느린 매출 8조원의 막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나가모리 사장은 성공비결에 대해 “기업의 전략 안배에 있어 스피드가 5할이다. 중노동이라고 할 만큼의 노력이 3할이다. 회사 지명도라야 2푼 값어치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작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는 이와 같은 몇 가지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성공한 3대 기업가 중 한 사람으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 그룹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는 저서 ‘카르마 경영’에서 “사념(思念)이 업(業)을 만든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경영법칙으로 채택한다.
카르마란 ‘업’을 가리키는 것으로 ‘현상’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을 뜻한다. 생각한 것이 원인이 돼 그 결과가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생은 마음에 그린 대로 이루어진다. 강렬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우주의 법칙은 그가 겪은 수많은 체험을 통해 확신하게 된 절대법칙이다.
모건스탠리, 푸르덴셜 등의 주요 기업의 컨설팅 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키스 맥팔랜드 컨설팅 회사 대표는 저서 ‘브레이크 스루 컴퍼니’를 통해 갓 창업한 기업들이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는 먼저 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동종 업계 또는 타 업계에서 최고의 성과를 자랑하는 기업과 자회사의 역량을 비교해 보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비교대상인 다른 회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부분을 찾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개별 상황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매출이 감소하거나 중요한 고객과의 거래가 끊긴다는 상황을 대비해 지금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미리 고민해보는 것이다.
만일 현재의 회사 사정이 어렵다면 조직의 리더는 이슈를 우선 순위화해 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갖춰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이때의 전략은 10년 동안 기업이 어디를 향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먼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모든 결정은 리더의 몫이 아니라고 말한다. 조직 구성원들은 공론화된 이슈를 토대로 장차 유망해질 사업 영역에 대한 평가를 주고 받아야 한다. 그 다음에 업계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느 부분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수립하는 것이 비즈니스 버뮤다 삼각지대를 헤쳐 나가는 방법이다.
나가모리 사장의 소신 있는 경영원칙을 소개한 ‘일본전산’의 저자 김성호 비즈니스 컨설트 솔로몬연구소 대표는 “체질을 바꾸면 적자 기업도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과정은 거창하지 않다. 남들도 하기 싫을 때, 그만 하고 싶은 생각이 턱까지 올라올 때, 그래도 끝까지 몸으로 해내는 것이다.
일본전산이 지금까지 인수합병한 대다수의 회사는 그들 자신보다 몸집이 큰 회사들이었다. 일본전산이 2003년 10월 합병한 삼협정기는 세계 시장 80%의 점유율을 차지하던 회사였다. 그러나 일본전산에 합병될 당시에는 한 해에만 200억 엔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삼협정기를 매수한 직후 나가모리 사장의 M&A 모토는 ‘구조조정 없는 흑자 기업으로의 재생’이었다. 그는 “나약한 병사들을 데리고 싸운다 할지라도 리더가 강하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사장은 솔선수범해 교토에서 삼협정기가 있는 나가노까지 400km 이상 되는 거리를 매주 출근했다. 한 번 출근하면 1박 2일이나 2박 3일 정도 체류하면서 작업복에 안전모를 쓰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리더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에너지와 함께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브레이크 스루 컴퍼니’로써의 큰 걸음을 디디기 시작한 것이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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