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기업들 OEM주문량 떨어져 어려움 호소.."북측 무리한 요구시 철수 불가피"
"남북 여러번 접촉하고 협상과정에서 하나씩 풀어야"..11일 남북 실무회담 낙관
"현대아산 유씨 문제 남북관계 풀리면 자연히 해결될 것"
북한의 연이은 돌출행동으로 남북 당국 간 대립각이 날카로워지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8일 처음으로 업체가 철수한데 이어 다른 입주기업들 사이에서도 공단 폐쇄와 철수 가능성을 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철수가 현실화하면 이에 따른 피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 서소문동 개성공단기업협의회를 찾아 이임동 사무국장을 만났다. 이 사무국장은 최근의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인터뷰 내내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와 휴대폰 때문에 자주 말을 멈춰야 했다.
그는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신변안전 문제보다는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주문량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로선 개성공단을 철수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하지만 북측에서 무리한 요구, 즉 남측 기업들에게 채산성이 안맞는 요구를 한다면 철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11일 열리는 남북간 개성공단 실무회담과 관련, "북한이 무조건 몰상식하지는 않다"며 "정치적인 문제를 개입시키는 않을 것"이라고 결과를 낙관했다.
이 사무국장은 정부에 대해 "개성공단문제는 임금, 합숙소, 개발, 인력, 통행 등 한 두가지 문제만 풀어서는 해결이 안된다"면서 "여러 번 접촉하고 협상과정에서 하나씩 풀어나가면 기업들의 상황도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북한에 장기 억류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씨 문제의 경우 남북관계가 풀리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며 "언론이나 보수단체에서 이 문제를 계속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개성공단 분위기는.
▲현재 생산활동은 정상이다. 치안 및 신변안전에는 큰 문제없다. 오히려 남측에 있는 가족들이 심리적 부담을 더 느끼고 있다. 오랫동안 개성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불안을 느끼고 있지 않다. 현재로선 개성공단에서 철수할 생각 없다. 그러나 주문이 떨어지고 적자 상태가 되면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기업당 50~60% 주문량이 감소한 상태다. 특히 OEM 주문량이 많이 떨어져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원에벤에셀, 로만손, 평화, 태승, 좋은사람들, 삼덕통상, 코튼클럽 등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는 업체들의 상황은 괜찮은 편이다. 8일 철수한 모피가공업체 스킨넷의 경우 작년 12월부터 경영이 악화되고 있었다. 북한에 억류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씨 문제가 결정적이었다기보다는 간접적인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의 입장에서 개성공단이 여전히 경제적인 이점을 갖고 있는가.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중 한계기업이 많다. 한계기업이란 남측에서 할 수 없는 업종, 즉 인력이 많이 필요한 업종의 기업을 말한다. 주로 중국이나 베트남에 공장을 세웠지만 개성공단으로 옮겨옴으로써 물류비가 적게 들고 인건비 경쟁력도 높아졌다. 그러나 통행이나 인터넷 같은 통신 및 각종규제가 잘 안 되는 것 때문에 이런 이점이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보험을 더 들어야 한다는 등 추가 경비가 소요된다.
-북한이 실무회담에서 일방적인 계약통보를 한다면.
▲현재로선 개성공단을 철수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북측에서 무리한 요구, 즉 남측 기업들에게 채산성이 안 맞는 요구를 한다면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이익이 되는 업체는 남을테지만 바이어들이 주문을 안하려고 할 것이다. 또 신뢰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북한이 간과한 것은 기존 규정을 유야무야시키고 다시 개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악화상태에서 기업활동을 제한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11일 협상은 어떻게 보는가.
▲북한은 신뢰도 있고 의리도 있다. 무조건 몰상식하지는 않다. 북측 참석자 명단을 보니 일방적으로 협상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제대로 협상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를 개입시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철수 부총국장의 경우 김일성 대학을 나온 똑똑한 사람이기 때문에 몰상식한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억류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씨 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유씨가 평양으로 압송됐다는 설은 아마 사실이 아닐 것이다. 남북관계가 풀리면 유씨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언론이나 보수단체에서 유씨 문제를 계속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씨 문제는 부모와 같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회담에서 유씨 문제를 당연히 언급해야겠지만 정치적인 논리로 끌고가서는 안된다. 외교통상부에서 개성공단을 맡아서 외교적인 문제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과 외교부 출신 통일부 장관을 앉힌 것은 실수였다. 통일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돼야 한다.
-앞으로의 전망은.
▲이번 한번의 실무회담으로 끝나지 않고 몇 번의 접촉이 더 있을 것이다. 하반기까지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성공단문제는 임금, 합숙소, 개발, 인력, 통행 등 한 두가지 문제만 풀어서는 해결이 안된다. 여러 번 접촉하고 협상과정에서 하나씩 풀어나가면 기업들의 상황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7월에 인건비 5%인상 협상도 있고 모든 문제를 협의하면서 해결해나갈 것이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남북당국자들이 정치적 리스크를 줄여서 경제활동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통행이 수월해야 하며 남북이 충돌관계가 없어야 바이어들의 주문이 잇따를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 및 군사적 사안과 개성공단을 별도로 즉, 투트랙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또 경협보험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손실부분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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