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사태에 대한 보도인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한국인 동료에게 어떤 내용인지 번역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지 뭡니까”
한국에서 근무하는 한 중국인사가 얼마 전 본보에 기재된 천안문 광장 사진을 보았을 때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중국 정부가 얼마나 천안문 사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지 그의 말만으로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중국정부는 지난 4일 천안문 사태 20주년을 맞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천안문 광장 주변 경계를 강화하고 인터넷 검색을 차단했다. 중국 사이트에서 ‘천안문 사태’를 검색해보면 법률에 저촉되는 내용이라 검색이 불가능하다는 알림 문구가 뜬다. 심지어 중국 정부는 인터넷 차단 기능이 있는 컴퓨터만 판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중국의 천안문 사태 20주년은 조용히 지나갔다.
지난 10일은 한국에서 민주항쟁이 일어났던 기념일이었다. 이날 수 만 명의 사람들이 6.10 민주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시청에 모였다. 그리고 동시에 현 정부에 대한 불만도 소리를 높였다.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논쟁도 격해지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중국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지금 ‘시끄러움’이 얼마나 안심이 되는 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이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민주주의가 발전되었다고 안심하기엔 갈 길이 아직 멀다.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는 토론과 타협없이 각자 자기 의견을 소리높여 주장할 뿐 상대방의 목소리엔 귀를 막고 있다. 때문에 각종 민생법안은 뒷전에 밀려있고 이러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고 귀를 귀울이는 것, 또 체계화된 토론과 대화로 합의를 도출하는 자세가 한걸음 더 발전된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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