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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맛 맞춤형 넷북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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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1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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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코노미스트, "저렴한 가격보다는 24시간 인터넷 접속이 매력" '박리다매' 구조…업계 수익 악영향 우려도

   
 
 
2000년대 초 한국에서는 온라인으로 동창을 찾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아이러브스쿨'이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브스쿨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싸이월드'가 SNS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공전의 히트를 쳤던 아이러브스쿨은 왜 잊혀졌을까. 소비자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네티즌들은 아이러브스쿨을 오프라인에서 동창을 만나기 위한 매개체로 활용했을 뿐이다. 반면 싸이월드는 그 자체로 네티즌들의 새 놀이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소비자의 동향을 제대로 읽는 혜안은 비단 소프트웨어업계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저가 넷북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하드웨어업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통해 시장을 선점했어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3일자 최신호에서 "최근 개인용 컴퓨터(PC)시장에 작지만 강한 파괴력을 가진 넷북 열풍이 일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이 불황에 저가 제품을 찾기 때문이 아니라 24시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이동성을 갖춘 제품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넷북 열풍은 기존 컴퓨터시장의 경제논리를 뒤엎을 정도로 거세다. 과거에는 최첨단 기능을 모두 탑재한 고가 제품이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간단한 기능만 갖추고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항시 접속할 수 있는 저가의 넷북이 대세다.

사실 넷북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탄생했다. 지난 2005년 '어린이 한 명당 노트북 한 대씩'이라는 뜻의 OLPC(One Laptop Per Childr)재단은 100 달러짜리 저가 보급형 컴퓨터 개발을 추진하며 후진국 어린이들을 위한 컴퓨터 보급 운동을 펼쳤다. 여기서 모티브를 얻은 IT업체들이 단순 기능의 소형 저가 노트북을 내놓은 게 넷북으로 발전했다.

넷북에 상업화 불씨를 댕긴 곳은 대만의 컴퓨터부품업체 아수스. 아수스는 지난 2007년 10월 7인치 액정과 4GB 규모의 차세대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갖춘 'EeePC'를 250 달러에 선보였다. 이듬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가라앉자 이 제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폭증했다.

때마침 인텔이 초저전력 CPU인 아톰프로세서를 출시하면서 아수스는 넷북을 중심으로 한 저가 PC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EeePC는 출시 3개월만에 35만대가 팔렸고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이 500만대에 달했다.

이에 자극 받은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넷북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약 2100만대의 넷북이 시장에 공급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물량으로 전체 노트북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한다.

언뜻 넷북의 인기 비결을 소비자들의 가벼워진 주머니에서 찾기 쉽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넷북이 인기를 모으는 숨은 이유는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이 항시 온라인에 접속코자 하는 열망과 21세기의 새로운 컴퓨터 패러다임인 클라우딩 시스템이 결합한 결과라는 게 잡지의 설명이다.

클라우딩 시스템이란 높은 사양의 수퍼 컴퓨터가 발전된 네트워킹 기술을 통해 모든 컴퓨터 및 기계들과 연결되는 일종의 중앙컴퓨터 시스템이다. 용량이 큰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웹하드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PC는 일종의 단말기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즉 집적된 정보가 있는 인터넷에 접속만 가능하다면 PC의 용량이나 기능이 크고 복잡할 필요가 없다. 네트워킹이라는 핵심 기능만 수행할 수 있는 넷북이라면 충분히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세계적인 컴퓨터 하드웨어 박람회인 '컴퓨텍스2009'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최근 대만에서 열린 박람회에서는 스마트폰의 이동성과 넷북의 성능을 가진 일명 '모바일인터넷' 제품에서부터 소형 데스크톱인 '넷톱'과 본체와 모니터가 합쳐진 '올인원' 등이 특히 주목받았다.

그러나 넷북의 작지만 강한 파괴력이 업계의 수익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저렴한 가격 탓이다. 업계에서 늘어난 넷북 수요를 맞추려면 수익성이 좋은 고가 제품을 포기하고 넷북으로 '박리다매'를 취해야 하는 데 그게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넷북에 운영체제(OS)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올 1분기 순익은 29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급감했다. 매출 역시 창사 34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MS가 고전하는 이유는 넷북의 저렴한 가격에 맞추기 위해 OS 공급가를 판권당 40~45 달러에서 10~15 달러로 크게 낮췄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넷북의 최대 수혜자로 알려진 인텔 역시 오히려 넷북 시장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 아톰 프로세서 매출(3억 달러)은 전 분기 대비 50% 급증했지만 아톰의 매출 증가가 오히려 전체 수익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인텔은 해당 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체 프로세서 평균 판매단가(ASP)는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아톰을 제외하면 평균 단가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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