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나라인 일본에는 수많은 박물관이 조성되어있다. 역사, 민족학, 지역 을 비롯해 심지어는 과자, 라멘, 만화 등 그들의 생활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박물관 안의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그곳의 박물관들은 동선, 인테리어, 최첨단 테크놀로지, 건축, 자연, 역사, 전통, 풍습, 먹을거리 등의 모든 환경적인 요소들을 활용하여 콘텐츠에 담겨진 내용들을 이야기로 만들고 있다. 그러한 박물관들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특정제품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거나 국가나 지역을 홍보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은 교토의 닌텐도사가 설립한 교토의 시구레텐 박물관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본의 전통과 역사에 바탕을 둔 ‘백인일수 카드’를 소재로 한 닌텐도 게임콘텐츠를 소재로 하루에 약 1000명 이상의 관객이 찾고 있다. 이 박물관은 특징은 일본의 최첨단 전자기술과 그들의 역사와 전통을 결합시킨 박물관으로 지난 2007년 포브스지에 의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구레텐 박물관이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박물관이라면 그 반대의 아날로그적인 박물관도 있다. 그곳은 만화를 소재로 한 박물관으로 만화는 일본을 말할 때 제외할 수 없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그들은 생활 속 모든 이야기와 전문지식을 전달하기 위하여 만화를 이용한다.
그 만화는 새로운 매체인 영화, 게임에 스토리를 제공,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는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들의 생활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화를 소재로 한 박물관을 말한다면 도쿄 미카타 지역의 ‘지브리 스튜디오’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박물관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설립한 것으로 매년 68만여 명의 관객이 방문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래소년 코난’,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 등의 작품을 창작한 지브리는 일본의 역사와 생활에 존재하는 풍부한 신화나 이야기들을 2차 대전 이후 새로운 가치에 대한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한 일본인의 자각의 결과와 결합시켜 새로운 스토리들을 창작하였다.
또한 일본에는 박물관과 다른 형태로 만화, 영화, 문학 등 익히 알려진 스토리들을 소재로 한 테마파크 식의 박물관이 있는데, 대표적인 곳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박물관이다. 160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린 왕자’라는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이 박물관은 도쿄 근교인 하코네라는 지역에 조성되어 약 15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러한 박물관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거나 기업을 홍보하는 목적이 아닌 작가의 삶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충실한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유사한 개념을 도입하여 ‘디즈니 씨’라는 물을 소재로 한 테마파크가 있는데 이곳은 문학을 소재로 한 어린 왕자 박물관과는 달리 디즈니사의 작품들이 만들어 낸 강력한 만화의 어트랙션을 전달하기 위해 최첨단 3D, 4D 등 시각효과와 라이드를 이용한다.
그 공간에서는 306도 회전하는 롤러코스터 안에서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고대문명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으며, 생소하게도 ‘해저 2만 리’의 공간과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의 바위산이 결합돼 만들어 내는 스토리도 경험할 수 있다. 이곳 입장객 수는 현재까지 1,210만 명으로 ‘물’이라는 소재로는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테마공원이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그것은 이야기의 구성으로 흔히들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박물관, 테마파크, 쇼핑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모든 장소에 특징을 주기위해 인테리어, 건축 환경, 주변 환경, 전시기법 등을 이용하여 ‘공간과 장소에 이야기를 입히는 것’이다. 그 좋은 예는 1994년 일본 신요코하마에서 개관한 ‘라멘박물관’으로 사람들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기 위하여 1950~60년대의 일본을 상징 할 수 있는 소품들로 장식하여 테마를 과거로 설정하였다. 나리토바역의 개찰구를 재현하였고, 그 문을 통과하면 지친 하루의 일상을 뒤로하고 맛있는 라멘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스토리텔링을 설정한 이 박물관에는 지난 14년 동안 15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마케팅과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기업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매출을 향상시키고자 자사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홍보하여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을 활용한다. 기존의 박물관은 역사와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하여 시대의 순으로 품목을 나열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하였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와서는 시민의 욕구와 기대가 증폭되어 흥미로운 이야기의 전개 없이는 효율적인 콘텐츠의 전달이 어려워지는 것뿐 아니라 관객을 끌어들이지도 못한다. ‘센과 치히로’라는 만화를 보면 일본인의 생활 속에 숨어 있는 무수히 많은 신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일본인의 생활 속에 내재하는 신들은 작품의 외형적인 형태를 완성시킨다. 또한 현대인의 무절제한 욕망은 돼지가 되어버린 캐릭터가 담당하게 된다. 이 둘의 캐릭터는 절묘하게 결합하여 일본의 특징을 잘 표현하면서도 현대인의 무절제한 욕심을 꼬집는다.
박물관은 교육, 테마파크는 놀이, 테마쇼핑몰은 소비를 위한 공간이다. 과거에는 각자의 목적에만 부합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다 윤택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그 공간들이 변화하고 있다. 인간의 오감에 충실하지 못했던 알몸과 같았던 그 장소들은 스토리텔링에 의해 목적과 주제에 관련한 다섯 가지 감각을 부여하여 이야기라는 옷을 입고 있다.
일방적인 지식·의견의 전달이 아닌 관객 의견을 존중하고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그것을 얼마나 흥미롭게 꾸밀 수 있는지, 그것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지가 우리의 눈앞에 전개되는 미래를 결정지어줄 것이다.
예술의전당 사무처장 박 성 택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