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로 다시 오르면서 친환경차가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각국이 친환경차 세제 지원에 나선 것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최근 친환경차 시장을 이끄는 곳은 일본이다. 화석연료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 ‘프리우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100만대 이상 팔렸다. 올해 2월 출시된 혼다 ‘인사이트’는 프리우스를 누르고 지난달 4월 일본시장판매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달에는 두 차종이 1, 3위에 올랐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도 속속 친환경차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일본 업체들의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위기를 느껴 아예 다음 세대 모델인 전기차로 나가고 있다.
르노-닛산은 2010년 안에 일본 투입을 목표로 NEC와 배터리 개발에 돌입했다. 미쓰비시는 경영난에도 전기차인 ‘I-MiEV’ 경차를 내달 시판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2010년에 전기차인 경차 ‘iQ’를 출시한다. 파산위기인 GM도 2010년 전기차 ‘볼트’를 출시한다. 크라이슬러도 전기차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키로 한 상황이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업체 중 최초로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한 BYD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지분 10%를 매입했다.
국내의 경우 전기차 관련 민관협의체를 꾸려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첫 양산차는 2011년께 나온다. 르노삼성이 2011년 10월 준중형급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자동차는 2012년께 전기차를 선보인다. LG화학은 2013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각국의 연비규제 강화 정책도 친환경차 개발경쟁을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미국은 2016년까지 연비를 리터당 15.1㎞로 끌어올리고 배기가스 배출량도 현재의 3분의1로 낮추기로 했다. 중국도 2015년까지 리터당 17.9km 가량으로 연비를 올리기로 했다. 유럽연합(EU) 역시 2015년까지 리터당 18.1km로 연비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는 2014년까지 1600cc이하 리터당 14.5㎞, 1600cc 초과 리터당 11.2㎞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때다. 이미 하이브리드카는 일본 업체가 세계시장을 선점한 상황이어서 시장성이 낮다.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최상원 연구위원은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최근 상황은 하이브리드카 양산 경쟁에 전기차 개발 경쟁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양상”이라며 “고유가가 재연될 경우 친환경차 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 선점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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