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한국 현대사를 이끈 키워드 제조기'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16일 세계미래포럼이 주최한 '제2회 미래경영 조찬모임'에서 ‘한국인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이 전 장관은 강연에서 "미래는 지식정보 사회에서 창조 사회로 옮겨갈 것이며 이에 걸 맞는 창조적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미래사회를 대비한 사전 계획과 창조적인 교육이 현실화 될 때 한국은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 균형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어령 전 장관의 조찬강연 주요 내용이다.

◆계획 속에 미래가 있다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특히 아주 가까운 미래는 모른다. 하지만 먼 미래는 오히려 확실한 예측이 가능하다. 실례로 100년 후에 이 자리에 참석한 이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미래를 모른다고 말하지만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 아니다. 계획을 세우면 미래는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계획이 없으면 추측은 전혀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가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들, 잘못 기획하고 있는 것들이 현실화로 나타날 때 매우 우울한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원하지 않는 결과와 갈등이야말로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창조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잘못 된 것들이 창조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제 한다면 모든 것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래는 자신에게 있고 또 가족에게도 있다. 미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 어디에나 있다.

세 살 먹은 어린아이의 교육 속에도 미래가 있다. 세 살짜리 아이들이 현재 어떠한 교육을 받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이 아이들이 먼 훗날 성장했을 때 그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세 살 어린이에 대한 교육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어떤 교재나 어떤 미래학자들의 언급도 없다.

서두에서 본인을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을 가장 잘 아는 한국인'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제 그런 사람이 아니다. 다만 한국문화가 중국 일본 서양 문화와 어떤 점이 같고 문제가 무엇 인지 얘기해온 사람이다.

시대가 변화하여 키워드도 변화하긴 했지만 내가 말하는 핵심은 변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전에는 가난이 가장 큰 키워드였다. 부와 명예를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가난이 키워드가 될 수 없다.
마이클 잭슨처럼 부와 명예를 다 갖고도 세상을 마감하면서 위에 약물만 남겼다. 이런 현재의 얘기 없이 미래를 얘기할 수 없다.

우리는 국가 얘기를 한다.
이 지구상에는 191개의 다양한 국가가 있다. 이들 국가들은 경쟁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 사는 나라가 있고 못 사는 나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고 각 나라들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폴레옹 때 '국민국가'가 생긴 이래 온 지구가 왕권·민주주의·독재 등 다양한 형태로 국민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국가의 영역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역화, 세계화, 글로벌화, 공동체부터 글로벌리즘, 국경 없는 사회를 얘기한다.

그렇다면 개인은 어디에 갔나?
인간의 지식과 기술은 변해도 한 인간의 머리 속 지혜는 변하지 않는다. 2000~3000년 전에 쓰인 고전이 여전히 읽히고 인간의 희노애락은 변함이 없다. 지식정보사회로 모든 것이 변했지만 기독교, 불교, 공자, 석가가 여전히 존재한다.

◆ 생명의 시대·창조의 시대가 열린다

최고품질을 만들면 이긴다는 일념의 소니가 삼성에게 시장을 내주고 있다. 설마 설마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대만이 반도체 시장에서 이기고 있는 것은 고품질 고기술 신용 덕분이 아니다.

기술을 제어하는 기술, 메타테크놀로지는 모든 수요자들이 찾는 범위에서 기술이 제어되고 있는 것이다.

최초의 비행기는 기차보다도 느렸다. 그런 비행기에 왜 시간을 들이고 투자를 하느냐며 비웃은 사람도 있다.

문제는 고정관념을 어떻게 깨는가 하는 것이다. 국가와 국가 간의 경쟁. 모두 과거 이야기다. 우리는 우리 앞에 펼쳐진 많은 길들을 보고 앞을 향해 운전하고 있지 않다. 백미러에 비친 과거의 모습을 보고 가고 있다. 선진화하면 할 수록 후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국민국가는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다. 퍼블릭이라는 공적인 것들, 제도 법률 치안 껄끄럽지만 없으면 사회를 무너뜨리는 것들을 아버지로 칭할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정을 이루는 것처럼 조화가 필요하다. 동양에서 음과 양은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 음양의 조화,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생명의 시대, 창조의 시대가 온다. 기본적인 것만 충족되면 되는 시대가 지나, 내가 나를 설득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리빙에서 라이프 단계로 가는 것. 리빙은 살기 위한 수단, 의식주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라이프는 그 자체가 문제이자 목적이다.

걸음걸이와 춤으로 예를 들어보자. 춤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걸음걸이는 어느 곳으로 가겠다는 목적이 달성되면 끝난다.

슬기와 정보기술도 이처럼 다르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정보기술, 리빙은 변하고 있지만, 슬기, 라이프는 생명이 창조된 25억년간 변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의 1000년, 적어도 100년은 생명의 시대다. 전 세계는 산업주의적인 것만 했다. 지금까지 산업이 케미컬 산업, 파괴와 관계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유전자, 컴퓨터 등 전부 생명과 관계된 것이 주를 이룰 것이다.

생명의 시대, 정보가 아닌 창조의 시대가 열린다. 생명을 유지하는 생존 수단이 나약했기 때문에 리빙에 치중했다면 생명 그 자체를 위한 생명의 문화가 온다. 사는 것 그 자체가 아닌 즐기는 삶이란 말이다.

◆한국 반도파워를 키워라

세계는 해양국가(Sea Power)와 대륙국가(Land Power)가 대립해왔다. 금융위기 이후 통화공동체를 만들자는 얘기가 있지만 동북아에서의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은 한자문화권에서 2000년의 문화를 공유해왔지만 통화공동체를 탄생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씨파워와 랜드파워의 대립 속에 한국은 반도국가로 자리잡고 있다.
20억 인구의 중국과 1억2000만 인구의 일본 등 두 강대국들 사이에서 4000만 인구의 한국은 그 한계가 있다.
한국이 반도국가의 역량을 키워야 동북아시아의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연계해서 강대국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이 가능했던 것이다.

씨파워와 랜드파워가 충돌을 하느냐 조화를 이뤄 통합 문화를 이루느냐는 반도국가에 달려 있다. 충돌한다면 20세기는 최악으로 치닫을 것이다.
한반도가 통합이 되고 강력한 반도국가가 생성되면 향후 한국은 세계 역사를 균형으로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전 세계는 40개 도시가 움직이고 있다. 전 세계 부의 3분의 2가 바로 이 40개 도시에서 창출되고 소비된다. 40개 도시에는 세계 18%의 인구가 몰려 있다.

이 18%의 인구가 세계 부의 3분의 2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 경제 등 주도권을 쥐고있는 인구의 85%가 이 40개 도시에 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만이 40개 도시 안에 포함된다.

지금 한국은 서울의 기능과 역량을 어떻게 지방으로 분산시킬까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에 대한 도시정책은 없는 것이다.
베이징과 도쿄에 맞설 수 있는 도시로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모든 도시를 서울과 연계하면 된다. 네트워크 시스템을 한국만큼 갖추고 있는 국가도 없다.

◆정보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조력을 길러라

우리에게는 보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 창조력도 있다. 그러나 아이디어와 창조력이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최근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는 근대의 인문학 자연과학의 산물이 눈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 수많은 경제학자 애널리스트 슈퍼컴퓨터은 무엇을 했나?

블랙스완, 검은 백조처럼 종래의 개념을 뒤집는 흑점 하나라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언제든 뒤집어 질 수 있다. 하지만 지혜를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개척해 나갈 수 있다.

지식정보 시대가 아닌 창조시대를 맞게 된다. 창조적인 것이 모든 것을 움직인다.
미래는 우리가 창조하는 것이다.

우리 옛 말에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세살때부터 강력한 창조력을 기를 수 있는 학교와 교육이 필요하다.

어머니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를 살피고 돌보는 것.
그간 국민국가가 아버지의 역할에 치중했다면 이젠 어머니의 역할을 해야한다. 이것이 창조교육, 세살 학교의 시작이다.

묻혀 있는 창조력, 버려진 창조력이 있다.
가장 창조력이 있는 19세 때 우리의 청소년은 무엇을 하고 있나?
연륜과 지혜를 쌓아온 노년층은 정년퇴직 후 무엇을 할 수 있나?

사람은 죽을 때까지 창조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또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그들이 가진 창조력을 묻어두거나 버려서는 안된다.
같잖은 것을 같은 것으로 어우르게 해야 한다.

컴퓨터 모니터로 구현되는 색깔은 자그마치 2200종류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서는 여전히 흑백, 빨주노초파남보로 색깔을 가르친다. 그 아이들에게 2200개의 색깔을 알려주고 보여주자. 고정관념을 깨고 작은 일부터 생각하자  반드시 긍정적으로 바뀐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고건 전 국무총리, 송창헌 한국은행 이사, 박태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 등 정계, 학계 등 각계 각층의 인사부터 학생까지 총 170여명이 참석했다.

정리 =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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