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부장 |
한EU FTA가 내년 6~7월께에 시행되면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가전 등 전자제품, IT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고 반대로 농산물, 기계류, 화학제품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조선이나 금융부문은 특별히 잃을 것도 없고, 그렇다고 얻는 것도 없다.
자동차 부문은 1500cc를 초과하는 중・대형차는 3년안에 관세(10%)를 철폐하고 1500cc 이하 소형차는 5년안에 관세(10%)를 없앤다. 반대로 EU산 1500cc 초과 자동차는 3년 안에 관세(8%)를 철폐하고, 1500cc 이하는 5년 안에 관세(8%)를 없애도록 돼있다.
EU산 돼지고기의 경우 냉장육 전체(22.5%), 냉동삼겹살 (25%)은 10년 안에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또 삼겹살 이외의 부위는 5년 안에 관세 (25%)를 철폐 한다. 같은 농산물인 와인은 FTA 발효와 동시에 관세 15%가 없어진다. 다행히 쌀은 개방 품목에서 제외됐다.
협상 타결로 우리나라의 자동차는 EU에서 관세를 내리는 만큼 싸진다. 수요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2008년 우리나라는 81만8000대(동유럽 포함)의 자동차를 유럽에 수출했다. 앞으로 자동차 수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반대로 EU 자동차의 국내 판매도 늘어난다. 지난해 유럽차 3만3000여대가 국내에서 팔렸다. 관세가 없어져 수입도 늘어난다.
가전제품의 경우 디지털TV와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의 수출이 늘어난다. 가전제품은 품목에 따라 1~14%의 관세가 붙고 있는데 혜택도 품목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업계는 이번 타결로 섬유도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섬유의 평균 관세율은 7.9%나 되는데 관세가 폐지되면 당연히 수출이 늘어난다.
이렇듯 우리에게 유리한 반면에 불리한 분야도 있다. 현재 국내 수입농산물 시장에서 EU의 비중은 13% 정도인데 관세가 폐지되면 돼지고기 냉동ㆍ가공 채소와 과일ㆍ주스ㆍ포도주ㆍ와인ㆍ닭고기ㆍ치즈 등의 수입이 늘어난다. 축산・낙농 제품의 수입이 늘어 2300억 원의 국내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화학ㆍ기계 시장도 우리의 약점이다. 의약품, 화장품, 향료와 실리콘, 화학수지 등의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또 가죽ㆍ가방ㆍ신발 등 잡화류와 패션의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제품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위 명품이 더 들어올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서비스 시장이다. 법률ㆍ금융ㆍ유통ㆍ운송ㆍ통신ㆍ의료ㆍ교육 등의 분야에서 EU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분야는 아직 일부만 개방된 상태인데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내용이다. EU는 세계 서비스 시장의 46.5%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분야도 언젠가는 개방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관련 업계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
한EU FTA는 세계 무역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과감하게 세계 최대 시장인 EU와 자유무역에 나선 것은 세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과 FTA 협상을 끝낸 상태에 있다. 양국 의회의 비준만 남겨 놓고 있다. 일본ㆍ캐나다ㆍ페루ㆍ멕시코ㆍ호주ㆍ뉴질랜드 등과는 현재 FTA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ㆍ러시아ㆍ터키ㆍ남미공동시장 등과 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FTA가 타결됐기 때문에 이제 공은 기업에 돌아갔다.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개발로 EU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놔야 한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애국심에 호소하거나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또 EU라는 거대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친환경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환경제품이 아니면 EU 시장에 들어갈 수도 없고,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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