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국회기능 마비로 민생법안 방치가 장기화되면서 서민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따른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이어지는 데다 9월 정기국회에도 10월 재보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더욱이 비정규직법 등 주요 민생법안에 대한 여야 강경대치로 9월국회가 열려도 민생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소모적 논쟁에 발목잡힌 민생법안
한나라당은 최근 ‘서민살리기 5대법안’ 설정 등 서민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9월국회까지 비정규직법만 논의하기도 벅차 보인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2일 “9월 이후엔 국정감사·재보선이 있어 처리가 장기화되면 지난 4월국회처럼 법안들이 묻힐 수 있다”며 “상임위를 열 수 없는 여건상 다른 쟁점 민생법안은 무리더라도 비정규직법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최근 당 내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국회 내 ‘비정규직 해결 특위’를 설치할 것을 민주당 등 야당에 제안했다. 그러나 야당은 ‘국면전환용 꼼수’라며 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고용기간 2년 제한)이 지난달부터 시행된 후 여야는 물론 노동부도 해고현황 통계조차 제대로 못 내는 상태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해고는 정부와 노동조합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1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야·노동계 의견도 따로 논다. 여권에선 파악 안 된 근로자들을 포함해 하루 1000명 이상, 연말까지 70만명이 해고될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오히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정규직 전환비율이 높다”며 정규직 전환기업 인센티브 강화를 주장한다.
1년여를 끌어온 3자협상도 좌절돼 논의수순도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또 한 번의 직권상정 아니면 합의가 불가능할 정도”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통과 기대 안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민생법안은 비정규직법을 포함해 주택법(분양가상한제 폐지)·여신전문업법 등 3000건이 넘는다. 이중 상임위 상정조차 되지 않은 법안도 299건이다.
비정규직법이 9월 전후에 처리된다 해도 워낙 나머지 민생법안 숫자가 많고 쟁점도 많아 생산적인 논의가 어려운 것이다.
특히 재정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공무원연금법은 미처리 시 하루 12억원씩 국민부담이 가중됨에도 9개월 동안 국회계류 중이다.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등 주요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의 소모적 논쟁으로 시간만 보낸 탓이다.
상조 피해를 근절시키기 위한 할부거래법(상조 피해방지법)과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도 법안 자체에 뚜렷한 여야 논쟁은 없으나 먼지만 쌓이고 있다.
불법 대부업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대부업법(악덕사채 근절법), 재래시장 육성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계류 중인 주택법(분양가상한제 폐지)의 경우 시기가 중요하나 여야 간 이견차로 1년을 썩히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규제완화를 기다리던 건설업계에서도 언제가 될지 모르는 국회통과를 기다리느니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아주경제=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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