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미 끝났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됐지만 고용의 질이 낮아 소비 회복세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중론자들은 미국의 소비 부진을 이유로 중국이 세계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美고용지표 개선…경기침체 끝?
미국 노동부는 7일(현지시간) 지난달 비농업부문 고용이 24만7000명 줄었다고 밝혔다. 전달 44만3000명(수정치)에 비해 감소폭이 크게 둔화됐다.
특히 7월 실업률은 9.4%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이 하락하기는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만에 처음이다. 월가에서는 미국의 실업률이 지난달 최대 9.7%를 기록, 연말이면 10%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세계 경기 회복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돼온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자 낙관론에 힘이 실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최악의 경기후퇴가 지나갔다는 추가적인 징후를 발견했다"며 "경기후퇴의 종료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캐피털도 "연초 아시아에서 시작된 경기 반등세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며 "미국과 독일은 지난 6월과 4월 경기후퇴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고용의 질'…美소비부진 발목 여전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고용지표 개선이 소비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에 힘이 실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표상으로 실업률이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임금 수준은 최근 일년 새 4.7% 하락했다. 하락폭으로는 지난 1960년 이후 최대치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일부 비관론자들도 미국의 소비 부진을 세계 경기 회복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고 있다. 미국시장에 대한 중국 경제의 의존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루비니 교수는 최근 호주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기관차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내년이면 미국 실업률이 11%로 치솟고 산업생산 위축세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홍콩 메릴린치의 TJ 본드 이코노미스트 역시 중국에 대한 기대감을 경계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의 가계소비 규모는 미국의 15%에 불과했다"며 "미국의 소비가 1% 줄었을 때, 이를 상쇄하려면 중국의 소비가 6.5%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향후 2년 동안 중국의 소비 규모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드는 중국의 수입 품목 중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12.5%에 불과해 중국의 소비가 늘어나도 혜택은 내수시장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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