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외첩보부(SVR)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변인은 1일 리아 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35~1945년 폴란드의 국내 및 대외 정책에 관한 비밀문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될 자료에는 소련이 작성한 폴란드 국내 및 외교 정책 보고서와 폴란드 주재 소련 외교관들의 정보 보고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2차대전 개전 70주년을 맞은 시점에 러시아 당국이 그동안 기밀로 분류된 문서들을 공개하는 것은 최근 유럽에서 일고 있는, 2차 대전 책임론과 관련한 역사 재해석 움직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구소련은 2차 대전 발발 직전인 1939년 8월23일 독일과 동유럽을 분할 점령하는 내용을 담은 불가침 조약을 체결해 2차대전 개전의 빌미를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련과 독일은 당시 따로 마련한 비밀의정서를 통해 동유럽에서 양국이 차지할 세력 범위를 확정, 폴란드를 분할하고 독립국이었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소련에 병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소련의 적군(赤軍)이 이듬해 이들 발트해 3개국에 진주했으나 히틀러가 합의를 깨고 1941년 소련을 침공해, 발트해 3국 점령 의도를 드러냄에 따라 조약은 무효가 됐다.
러시아는 2차대전 당시 소련의 역할을 '영웅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히틀러와 스탈린을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는 분위기를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나치즘과 스탈린 주의를 동격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표한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차대전 발발 책임을 놓고 구소련과 나치 독일을 동일 선상에서 비난하는 사람들은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리는 2차대전 발발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러시아 언론은 전했다.
유리 유샤코프 총리실 부실장은 "푸틴 총리의 폴란드 방문 목적은 2차대전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와 맞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로시스카야 가제타에 "소비에트는 전쟁광 히틀러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었다"며 "냉전 시절에도 히틀러를 스탈린과 같게 놓으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는 러시아 측이 독-소(獨.蘇)불가침 조약은 불법적이며, 2차대전 발발에도 한몫했음을 시인하길 원하고 있다.
이바노프 대변인은 "이번에 공개될 문서는 무엇이 당시 정치 지도자들로 하여금 반(反) 나치 전선을 구축게 했는지, 왜 유럽의 집단안전보장 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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