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재정확장 정책을 내년까지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시중금리가 치솟고 있어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국가전체에 부담으로 되돌아 올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정부정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야 할 시장상황이 도가 지나칠 정도로 분명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폐막한 G20 정상회의에서 "현재로선 실질적인 출구 전략으로 나아가기에는 세계 경제에 상당한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면서 "경기확장 정책을 조급하게 종료하면 자칫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출구전략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며, 이것이 한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하면서 출구전략의 대표적인 정책인 금리인상과 관련 "한국 경제의 주요 부문이 여전히 연약한 상태에서 금리를 조정하는 것 역시 시기상조로 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처럼 정부가 출구전략 논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상황은 이같은 정부의 우려와는 달리 움직이고 있다.
예컨대 중앙은행의 금리동결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의 척도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상승세가 11일간 이어져 온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CD금리(91일물)는 지난주말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11일 연속으로 상승랠리를 펼치면서 0.31%포인트나 급등, 변동금리형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대출자금 이자상환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불안도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 조사결과(CSI)'에 따르면 '주택·상가가치'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작년 9월이래 최고치(112)로 기록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정부의 방침과 동떨어진 것이다. 자칫 내달 있을 한국은행의 금리결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장금리가 원하는 정도로 오른 만큼 한은이 정부와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무리한 금리인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다른나라에 비해 빨리 출구전략에 들어갈 경우 경기회복 흐름에서 낙오될 가능성이 커 내년 본격 논의에 앞서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관련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금융부문의 재정지원 등은 재정적자의 확대와 국가채무의 급증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부문에서의 시장 감독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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