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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출고 재테크컬럼)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우리의 선택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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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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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해묵은 논쟁처럼 보이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국회에 법안으로 상정되어 있지만 결론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하는 측에서는 주택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민간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최소한 민간택지만이라도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그런가하면 규제의 지속 필요성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고분양가시대로 되돌려 부동산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변한다.

해법이 전혀 다른 주장 모두가 궁극적으로는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추구한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국회 법안처리과정에서 양측의 주장이 기형적 대립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것은 경제적 논리보다 정치적 이해득실이 스며있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것이다. 규제라는 수단이 가진 즉각적인 효과의 달콤함과 타성에 길들여져 그 틀을 벗어던지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재화를 팔고 사는 시장에서 정부가 필요에 따라 가격결정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 전에도 수차례 있었다. 까마득한 로마시대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뛰는 물가를 잡기위해 강력한 가격상한제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황제의 엄한 칙령도 결국 인플레이션을 막지는 못했다.

세계 제2차 대전 이후에는 뉴욕의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시당국이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임대료 규제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 의하면 세입자가 입주한 후 스스로 퇴거하지 않는 한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리거나 세입자를 강제로 내보낼 수 없었다. 그 결과 세입자보호의 취지는 사라지고 낮은 임대료가 집주인으로 하여금 주거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방치하게 만들어 도시전체를 슬럼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주택부족으로 신규 세입자들이 임대료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등의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제도의 지속과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신규 분양시장의 인위적 가격통제가 기존주택의 가격불안과 주택부족 등 갖가지 부작용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에 갇힐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분양가 상한제는 형식적인 가격안정의 외관만 있을 뿐 주변 시세와의 가격 차이를 최초 분양자가 독식하게 만들어 오히려 투기적 수요를 양산시키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신규 주택 공급 위축은 물론이고 쏠림현상을 초래해 기존 주택 거래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소득수준 변화에 따른 주거의 필터링 효과도 반감시키게 만든다.

한편으론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정부의 시장개입은 합리적 소비자 선택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일 주택의 품질이나 규모 또는 위치나 기존 주택과의 비교를 통해 신규 분양주택의 공급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되면 합리적 소비자는 선택을 보류하거나 외면하게 될 것이다.

과거와 달리 주택을 짓는다고 해서 무조건 분양이 되던 시절은 이미 전설이 된 지 오래다. 실제 주택건설업체들도 분양시점의 상황을 고려해 분양승인가격보다 실제분양가격을 오히려 인하한 사례도 적지 않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분양가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과장되거나 기우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장경제원리가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지만 그래도 경제사회 전반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직 경기회복에 대한 분명한 시그널을 확인하기 어려운 국내 경제가 하루빨리 회복 추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과거 낡은 규제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품질경쟁력 제고와 소비자의 엄정한 선택이 중심을 이룬 시장 환경 조성이 더 시급하다. 이것이 주택시장의 장기적 안정과 주택소비자의 잉여가치 증대 등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기도 하다.

규제와 통제로 주택 혹은 부동산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경기회복이냐 혹은 더블 딥의 블랙홀로 빠져드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앞으로 10년 후 아니 그 이상의 미래에 한국경제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 지는 바로 우리가 내딛는 한걸음에서 결정될 것이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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