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유상증자 계획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 등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지 하루만에 주가가 바닥으로 곤두박칠 쳤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가스공사는 외국인이 24만주 이상 매물 출회로 전날대비 -10.57%(6500원) 급락한 5만33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23일 전날대비 14.97% 하락폭을 기록한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전날 한국가스공사는 정부 규제 완화 기대감에 연중 최고치 5만6900원을 기록했다.
한국가스공사는 같은 날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변신을 위한 자본확충'을 목적으로 2013년까지 약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추진하고 자본규모를 2분기말 기준 4조3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주가치 희석과 이익구조 악화 등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조원 규모 유상증자는 전체 주식수의 43%에 달하는 물량으로, 오버행(물량부담)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을 유발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승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해외 프로젝트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2조원 증자 이슈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증자 규모 및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신규 자원개발 사업 등 주주가치에 긍정적인 사항들이 추가되지 않으면 유상증자 시점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증자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 하락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증자는 이익구조 자체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주 연구원은 "증자시 정부가 증자에 불참할 경우 정부 지분율이 50%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원료비 연동제와 미수금에 따른 이자비용 보상 등 정부가 이익을 규제·보장 할 근거가 모호해 이익창출 구조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지분 50%를 들고 있어 자본총계 4조2000억원을 상회하는 미수금이 문제 되고 있지 않지만, 지분율이 그 이하로 떨어지면 자본잠식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가스기업을 목표로 한 러시아 진출 계획도 현재로선 다소 부담스럽다.
가스공사 측은 동시베리아 가스전 개발 및 파이프라인 구축, 블라디보스톡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건설 등 러시아 정부와 가스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정부와의 가스 사업확대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가스공사는 세계 최대 석유가스기업인 러시아 가즈프롬의 주가수익비율(PER) 6배에 훨씬 못 미치는 14.2배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증자가 긍정적일 수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유상증자로 인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상승과 이에 따른 보장 영업이익 증가 등이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너무 먼 미래 이야기"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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