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방' 신세였던 최고정보기술책임자(CIO)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자 혹은 기술자의 관리자로만 인식돼 온 CIO의 위상이 급부상한 건 경기침체의 영향이 크다.
불황 탓에 비용절감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들의 정보기술(IT) 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전선이 뒤엉킨 방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던 CIO들은 이제 기업의 전략과 재무 등 경영 전반을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CIO의 위상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뚜렷이 구분된다는 데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12일(현지시간) IBM이 전 세계 2598명의 CIO를 대상으로 기업 내 역할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전체 업무 시간의 55%를 혁신을 위한 전략 수립에 쏟아 붓고 나머지 45%만을 본업인 IT업무에 할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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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과 저성장 기업 CIO가 느끼는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고성장 기업 CIO의 64%는 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비즈니스에 더 깊이 관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이에 공감한 저성장 기업 CIO는 33%에 불과했다. 또 잘나가는 기업 CIO는 저성장 기업 CIO보다 다른 부문 임원과의 협업과 소통을 더 중시했다.
조사 내용에는 CIO들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복수응답 가능)도 포함됐다. 글로벌 기업 CIO들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업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조사 결과 2598명의 CIO들 가운데 83%가 비즈니스인텔리전스(IB)와 분석역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또 76%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가상화(virtualization)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비용절감 부담이 반영된 결과다.
CIO들은 또한 리스크 및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관리(71%)와 직원ㆍ고객ㆍ협력업체와의 협력 강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68%), 모빌리티솔루션(68%), 사용자가 자신의 작업 환경을 필요에 맞게 변경할 수 있는 셀프 서비스포탈(66%) 구축 등에 업무 역량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IO의 업무 영역이 광범위해지자 최고경영자(CEO)의 호출도 잦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영회의를 화상회의로 대체할 수 있는가' 또는 '디트로이트 지사를 폐쇄하면 해당 업무를 재택근무로 소화할 수 있는가' 등 CEO들의 질문이 최근 미국 기업 CIO들의 책상 위에 자주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도 CIO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일례로 세계 최대 반도체 칩 메이커 인텔은 이미 4년 전부터 CIO 대상 재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존 존슨 인텔 CIO는 "4년 전 폴 오텔리니 CEO로부터 인텔의 성장전략에서 IT가 지원할 수 있는 게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대답할 엄두가 안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IT 부문 책임자로서 기업 전반의 성장 전략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이제는 CEO에게 종합적인 성장전략을 제시하는 CIO로 거듭났다. 존슨은 "요즘 CIO는 기업의 경영 목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IT 부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항공기 인테리어업체인 B/E에어로스페이스의 에반 스튜어트 CIO도 기업이 선호하는 CIO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은 CIO를 영입할 때 단순한 IT기술보다는 좀 더 폭 넓은 경험을 가진 이들을 선호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차기 CIO가 IT기술자이면서도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물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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