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신건 의원 |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피감기관들은 의원들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편다.
그 중 가장 많이 사용 되는 방법이 국감을 바로 앞두고 정리하지 않은 자료들을 한꺼번에 제출 하는 것이다. 이런 '자료폭탄'은 의원들의 질의를 가장 합리적으로 피하는 방법으로 피감기관들 사이에서 선호되고 있다.
피감기관들의 이런 '꼼수'에도 꼼꼼히 자료를 살피고 송곳 질의를 이어가는 의원이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건 의원(전주 완산 갑)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신 의원은 15일 열린 한국거래소 국감을 위해 몇 달 전부터 실태조사를 벌이면서 거래소 실체를 낱낱이 살폈다. 그의 자료 요청서는 국감을 한달 앞두고 거래소에 전달됐다.
하지만 거래소의 자료는 국감 3일전에나 도착했다. 그 양도 만만치 않았다. 500페이지의 책 2권과 CD 한장으로 구성된 자료는 총 1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었다.
정기국감 진행중에 1500페이지의 자료를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신 의원은 그 많은 분량의 국감 자료를 다 살펴봤다.
정무위원으로서 다른 기관의 국감이 겹쳐 있었지만 그는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자료를 세밀하게 분석해 나갔다. 그의 우직한 고집은 거래소의 '자료 폭탄'을 무력화시켰다.
신 의원은 이날 거래소의 방만 경영 행태와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 한 고용정책에 대해 심도 깊게 따졌다.
신 의원은 "한국거래소에 총 98명의 여성이 근무하고 있어 전체 직원의 14%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2005년 89명에 비해 고작 9명 증가한 것으로 한국 기업 여성근로자 평균 고용비율 34%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은 총 8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실제 이 중 7명은 이번에 실시된 청년인턴제에 의해 뽑힌 이들"이라며 "실제 장애인 근로자는 단 1명에 불과하다"고 몰아 붙였다.
신 의원은 "한국거래소는 국내 유일의 증권 거래 기관으로서 국가가 인정하는 독점 수익을 안정적으로 누려왔다"며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며 거래소의 무책임한 경영행태를 질타했다.
질의 내내 거래소 관계자들의 진땀을 빼기 충분했다.
이외에 신 의원은 국감을 통해 금융감독원의 간부들이 퇴직후 금융회사 감사로 취직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임원들의 성과급만 인상하는 등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파헤쳤다.
아주경제= 팽재용 기자 paengm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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