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기 교수 |
[헬스코리아뉴스] 무덥고 지치기 쉬운 여름철은 지나가고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로 접어든다. 기후의 변화와 건강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그 변화에 적응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한해의 4계절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일정한 규율에 따라 주기적으로 순행하고 4계절의 기후는 각각 봄에는 따뜻한 성질, 여름에는 더운 성질, 가을에는 서늘하고 건조한 성질, 겨울에는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절적인 특성은 인류를 포함한 자연계의 모든 생물의 생장 발육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계절적인 특징 이외에 각 계절에서 나타나는 기상현상의 변화를 보면 공기의 움직임을 풍(風), 기온의 하강을 한(寒), 기온의 상승을 열(熱)이나 서(暑), 서와 열이 더욱 발전 된 것을 화(火), 습도의 증가를 습(濕), 습도의 저하를 조(燥)라고 한다. 이들 풍, 한, 서, 습, 조, 화 6종 기후의 정상적인 변화를 6기(六氣)라고 한다.
이 6기는 정상적인 기후 현상이며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가 생장 변화하는 기후 조건인 것이다. 사람도 6기의 변화 특성을 인식하고 적응 능력을 길러 이에 능동적으로 순응하면 건강 무병하게 된다. 그러나 6기의 이상(異常) 발생이나 지나친 변화로 인하여 인체 적응 능력의 저하로 그 이상 기후에 적응하지 못할 때에는 정상적인 생리기능이 평형을 잃게 되어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예를 들면 봄에는 풍병(風病)이 많이 발병하고, 여름에는 서병(暑病)-더위병-이 많이 발병하고, 가을에는 조병(燥病)이 많이 발병하고, 겨울에는 한병(寒病)이 많이 발병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다.
◆ 조병(燥病)의 분류와 원인
조(燥)는 가을의 주기(主氣)이다. 조사(燥邪)로 인하여 발생되는 병에는 외조(外燥)와 내조(內燥)의 구분이 있다. 외조(外燥)로 인한 병증은 외부 공기가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건조한 기후에 인체가 적응하지 못하여 발병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외기를 호흡하는 호흡기계의 병증과 호흡기계와 형제 관계를 맺고 있는 대장, 피부 모발의 병증이 나타나게 된다.
내조(內燥)로 인한 병증으로는 대부분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렸거나 치료목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게 했을 경우, 심한 구토와 설사로 인해 체내의 수분이 손상되었을 경우에 발병된다.
◆ 조(燥)로 인하여 발병되는 병증들
조(燥)는 오행(五行)의 배열에서 금(金)에 속하며 계절로는 가을에, 인체내부의 장기(臟器)로는 폐(肺)에 배속된다. 한의학에서는 폐와 대장 피부는 하나의 계통으로 성립되어 있으므로 조로 인하여 발병되는 신체 증상으로는 주로 폐-호흡기병증, 대장병증, 피부병증 등으로 나타난다.
폐-호흡기병증으로는 기침을 하고 가래는 많지 않으면서 뱉기가 몹시 힘들고 때로는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인후 부분은 건조하고 통증을 느끼며 입술과 코는 건조하다. 심하면 가슴에 통증을 나타내기도 한다. 때로는 목구멍이 간질간질하고 마른기침을 하면서 오한, 발열증상이 나타나고 땀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관지천식, 해수, 만성기침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감기가 잘 걸리는 사람은 이 계절 병증이 악화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여야 한다.
피부(皮膚)에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피부가 건조해지고 심한 경우 터지고 경우도 있으며 출혈증상이 있기도 한다. 피부 또한 몹시 가려우며 모발은 건조해 잘 부러지고 윤택이 없어진다. 손톱 발톱도 건조해 잘 부러지기도 한다.
대장(大腸)의 병변으로는 변비가 생기고 심하면 배변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전신증상(全身症狀)으로는 심한 피로감과 전신이 무력해지고 오한과 함께 가끔 상열감을 느끼고 식은땀을 흘리게 된다.
◆ 예방과 치료
최근 조병에 대한 연구로는 공기 중 습도가 낮은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습도가 낮은 환경에서 잘 번식되는 병원체, 조직 세포의 함수량 부족으로 일어나는 병증, 전해질 장애로 기인되는 병증 등 다각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나 이 질환 또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따라서 너무 건조한 환경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것을 피하여 조사(燥邪)의 침입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약물의 남용으로 인한 과다한 발한과 이뇨, 설사 등을 경계하고 체중조절을 위한 이뇨제의 남용 또한 삼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조병은 계절적인 특징을 띄고 있으나 최근에는 오염된 대기에 노출되는 시간과 냉난방이 잘 된 밀폐된 공간에서의 생활시간이 길어지고, 지하생활권의 확대, 흡연 등으로 계절과는 상관없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조병(燥病)은 만성적인 경향을 띄고 있으며 때로는 이화학적인 검사에서는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날 때면 특히 기관지천식, 해수, 만성기침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 수척하고 허약한 사람들은 윤폐(潤肺) 보음(補陰) 시키는 치료방법으로 증상의 개선은 물론 예방에도 도움이 되므로 가을-이 계절을 건강하게 지내기 위하여 전문 의와 충분히 상담하여 나에게 맞는 맞춤처방을 받도록 하자. [경희의료원 한방5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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