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TV 드라마와 영화 표현을 빌려 눈길을 끄는 제목을 붙이고 있는 것. 고객이 읽지 않거나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보고서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전문 용어가 난무해 일반 투자자에 낯설기만 했던 보고서가 친숙해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토러스증권이 지난 12일 내놓은 매크로 전략 시리즈 보고서 이름은 ‘그레이 아나토미(Gray Anatomy·김승현 연구원)’다.
인기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를 패러디한 것. 투자의 불확실성을 뜻하는 그레이(회색)를 해부(Anatomy)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김정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올 여름 뭇 여심을 사로잡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패러디했다. 보고서 제목은 ‘꽃보다 실적’.
유명 영화제목을 차용한 보고서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쿠오바디스-株여 어디로’는 같은 이름의 영화를 차용했다.
유행어를 재치 있게 빌려 쓴 보고서도 눈에 띈다.
‘엣지 있게 채권매수(대우증권ㆍ윤여삼)’나 ‘IT·자동차 부품주, 엣지가 있네’(삼성증권ㆍ양대용)는 모두 TV 드라마의 유행어를 빌려 썼다.
또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 보고서 ‘은행주,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인 ‘니들이 고생이 많다’를 살짝 비틀어 쓴 표현.
서정적 표현으로 보고서 주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대우증권은 ‘바람은 좀 더 차가워질 겁니다(이승우)’라는 제목에 부정적인 시황 전망을 담아냈다.
신한금융투자는 외국인 수급에 대해 ‘헤어지지 못하는…또 떠나가지 못하는(한범호)’이란 보고서로 설명했다.
이 외에도 토러스증권의 ‘국내 투자자가 흥분하면 주식을 팔아야 하나(이경수)’는 제목의 보고서 서두에 주제를 한눈에 보여주는 만평을 삽입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고객에 보고서 메시지를 보다 쉽게 전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에서 비롯됐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고객들이 읽지 않거나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보고서는 의미가 없다”며 “투자자 눈길도 붙잡고 내용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목과 표현을 고심해서 선택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용에 충실하지 못한 채 자극적인 제목만 고집한다면 오히려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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