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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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1-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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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광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지금 주식시장을 둘러싼 의문점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중국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강도로 내수를 부양할 수 있을까이며 둘째는 과연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들어섰느냐는 점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더블 딥의 경기침체가 나타날 것인가의 이슈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의문점은 한국이 언제쯤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인가이다.

중국의 2008년 국민총생산은 30조 위안(약 4조4000억 달러)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에 신규대출금의 증가와 재정정책 그리고 경기부양책 등을 합하면 연말까지 약 15조 위안의 유동성이 경제시스템에 공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을 통한 내수 부양정책의 가장 큰 수혜 국가는 한국이다. 우리 나라의 전체 수출 중 약 23%가 중국으로 가고 있다. 중국의 적극적 내수 부양정책의 수혜로 디스플레이, 반도체, 핸드폰 부품 등의 IT업종과, 석유제품, 철강, 화학 등의 소재 산업 및 자동차 업종의 매출 및 수익성이 2008년 3분기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내년에는 중국의 내수부양 속도가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중국 수출도 성장속도가 둔화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한 파생상품 투자손실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제의 초점이 주거용 부동산에서 상업용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모습이고, 은행권의 부실채권 이슈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우리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위기에서 벗어나기까지는 먼저 은행권의 부실채권 이슈에서 다음은 실물경제의 구조조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계 부채의 조정 등 5~6년이 필요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적어도 3~4년이 필요할 것이며 아직은 그 과정 중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기가 심각한 침체를 동반한 더블 딥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의 유동성확대에 의한 부양효과는 그 한계가 있을 것이고 경기의 횡보 또는 L자형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는 2009년 3분기에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기업들이 경기의 확장을 예측하고 재고를 적정수준으로 쌓기 시작하면서 재고가 경제성장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올해 경제성장에 대한 컨센서스도 플러스 성장을 예측하는 등 연초의 극단적 비관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하지만 유동성 공급과 재정정책을 통한 내수부양정책은 일부 자산 가격의 버블을 만들어 냈으며 원자재 가격의 급등 등 물가상승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유동성을 회수하는 전략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갈 유인이 커지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를 한 분기 정도 앞서 움직이는 금융기관의 유동성과 순상품 교역조건은 이미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다양한 가치평가 방법론을 동원해 보아도 그리 싸 보이지 않다. 먼저 주가순자산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1.21배였으나 지금은 1.5배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도 2000년 이후 12개월 예측치 기준 9.1배에서 현재는 10.8배 수준이다. 주식투자 수익률과 채권이자율의 차이를 이용한 일드갭으로 보면 지난 18개월의 평균치인 4.7%포인트를 약간 웃도는 5.3%포인트로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수준이다. 주식시장이 지난 수개월 동안 거의 조정 없이 상승해 온 데 따른 피로감이 가치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조정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이 10배라고 하는 것은 평균적으로 그 역수인 10%가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이라는 의미다. 주식의 기대 수익률을 낮춰 잡는 보수적인 투자자세가 필요하다. 주식시장이 충분한 조정을 보일 경우 수익성의 개선이 담보되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업종, 반도체, 소비관련 업종의 대표주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원화 강세의 추세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은행, 음식료, 유통, 유틸리티 등 업종도 투자대상으로 고려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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